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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값으로 나타낸 단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27면

신문에 보면 이따금 'pH가 4에 가까운 강산성 비가 내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성도 알칼리성도 아니고 중성인 물 같은 것이 pH가 7이니,pH 4라야 중성과 겨우 3 차이다.그런데도 강산성이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산성도는 용액 속에 든 수소 이온이 좌우한다. pH가 나타내는 것도 바로 이 수소 이온 농도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pH를 정할 때 그냥 농도가 아니라 농도의 '로그(log)값'으로 했다. 이렇게 하면 농도가 10배 변해야 pH는 겨우 1만큼 변한다.

pH 값의 차이가 2면 농도차는 1백배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pH 4인 산성비와 중성인 물과는 수소 이온 농도가 무려 1천배나 차이가 난다. 그래서 '강산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다.

pH 값은 0에서 14까지다. 0과 14, 양 극단의 수소이온 농도 차이는 무려 1백조배. 그러니 로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비의 산성도를 나타내기 위해 1부터 1백조까지 엄청나게 많은 숫자를 동원해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큰 숫자를 간단하게 다룰 수 있게 바꿔주는 것이 로그다.

로그는 17세기 초반 천문학의 발달과 더불어 큰 수를 다룰 필요가 생김에 따라 등장했다. 로그는 특히 두 숫자의 곱셈과 나눗셈을 훨씬 편리한 덧셈과 뺄셈으로 바꿔주는 성질이 있어 큰 숫자끼리 곱셈·나눗셈을 할 때 편하다.

로그는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에서도 쓰인다. 리히터 규모는 지진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데 지진은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에서 도시를 파괴할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차이가 워낙 커 역시 로그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리히터 규모는 로그를 좀 색다르게 사용해 리히터 규모가 2만큼 커질 때 지진의 총 에너지가 1천배가 되도록 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에너지를 리히터 규모로 표현하면 대략 6.1이라고 한다. 1995년 일본 고베(神戶)를 덮친 지진이 리히터 규모 7.2라고 보도됐으니, 히로시마 원자폭탄 약 스무개가 한꺼번에 고베에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로 변에서 볼 수 있는,소음의 정도를 데시벨(dB)로 나타낸 것도 음파가 가진 에너지를 로그로 표현한 것이다.

복잡한 곱셈과 나눗셈을 간단한 덧셈과 뺄셈으로 바꾸려는 본래의 목적은 컴퓨터나 계산기의 등장으로 사라졌지만 이처럼 로그를 이용한 단위들은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 있다.

kpark@math.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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