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블로그에 쓴 글 모아 책 낸 심현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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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블로그로 가장 행복해진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제가 아닐까 싶어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다 글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 최근'겨울과 좋아하는 코트'(참솔)라는 책까지 펴내게 된 심현종(35)씨의 말이다.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로 인터넷에서 개인의 느낌과 의견을 자유롭게 나타내는 공간을 일컫는다. 처음엔 일방적인 자기 표현으로 시작하지만 차차 다른 블로거들과의 의사소통의 장으로 발전하게 된다. 심씨의 경우 역시 그랬다.

"사업에 실패한 뒤 갈 곳도, 할 일도 없던 시절에 친구 사무실 귀퉁이에 앉아 그저 일기를 쓰듯 몇자 끄적였을 뿐이에요. 그런데 며칠 뒤 댓글이 달렸더군요.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죠. "

대학 졸업 후 잠시 직장에 다니다 인터넷으로 수입 화장품을 파는 사업을 벌였던 심씨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2003년 초 회사문을 닫고 몇억원의 빚을 진 채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3000원이면 보름치 식비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돈…왜인고 하니 미니초코바 두개로 하루의 끼니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끝이 보입니다. 나 이제 행복해져도 되는 건가… 사랑 같은 거 해도 괜찮은가.'

당시 그의 심경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에서 블로거들은 '절망'과 '희망'을 읽었고, 열렬히 공감을 표했다.

"다 부질없는 일이다 싶어 블로그를 몇차례 폐쇄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자주 찾아오던 블로거들이 쪽지를 보내 '기운 내서 다시 열라'고 격려해줬죠. 그들에게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힘을 준 블로거 중의 한사람은 지금 심씨의 연인이 돼 있다. 책을 내자는 제안을 한 것도, 그간 블로그에 올린 글을 갈무리해 출판사에 보낸 것도 모두 그 연인이 한 일이다.

심씨는 "그동안 떼였던 돈을 일부 받고, 가진 것 다 팔아 빚도 상당 부분 갚은 상태"라면서 곧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꿈에 부풀어있다고 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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