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6회 껍데기지방자치제내실다져야]사법적·정치적 판단의존말고주민우선행정'차원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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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자체 상호간 갈등을 조정할 실질적인 장치가 시급하다. 과도한 분쟁·갈등으로 제한된 사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고, 정책과정에서 효율성이 저하돼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강원도의 경우 민선 1기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이달까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 63건 ▶중앙정부와 주민간 91건 ▶자치단체간 31건 ▶자치단체와 주민간 66건 등 크고 작은 갈등사례가 2백51건이나 발생했다.

동강지역 영월댐 추진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빚어진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강원도 양양 남대천의 취수원 공동사용을 둘러싼 속초시와 양양시 사이의 갈등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중앙 및 지방 정부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세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행정협의회·지자체조합 등을 통해 당사자 간 스스로 해결하거나 분쟁조정위를 통한 제3자 중재,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해결하는 강제적 조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정제도 역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수도권의 식수원이 될 소양댐 상수원화에 대한 타당성 조사 여부를 놓고 서울시 의회와 강원도 의회가 협의 중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결론지어야 할 수도권행정협의회에 서울·인천·경기·충북만이 참여할 뿐 강원도는 제외돼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협의회가 제대로 구성돼 있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여주쓰레기매립장 설치를 위해 원주권 행정협의회가 열렸지만, 당사자인 여주군이 불참해 회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있다. 양양 남대천의 경우 설악권행정협의회 측이 공동 사용에 대해 합의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무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치단체 상호 간의 수평적·상호보완적 협력관계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법적·정치적 판단보다 '광역 행정적' 판단이 주민접근 행정의 실천이란 차원에서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환경부가 동강 유역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을 당시, 해당 3개 군이 반발했지만 강원도가 중재에 나서 분쟁을 사전 예방한 것은 정부·자치단체간 '윈-윈'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전대 안성호 교수는 "이제는 중앙정부와 교섭을 할 수 있는 자치단체 간의 연합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영국의 경우 97년 당시 3개였던 지방연합체를 지방정부연합(LGA)으로 통합, 중앙정부와 대등하게 대내외 협상력을 갖는 명실상부한 지자체 단체를 만든 것이 그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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