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도자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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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토인비의 말과 같이 우리 사회의 거버넌스 체제는 일반적으로 소수의 지도층이 다수의 국민을 이끌어 가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도층이 건강하고 올바르면 그 나라와 국민은 평안하고, 지도층이 병들고 부패하면 그 국민은 불행하고 나라는 망한다. 훌륭한 지도자(인물)가 많이 있는 나라는 부강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항상 갈등과 분쟁 속에서 허덕인다. 결국 그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소수의 지도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큰 인물이 없다"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자조 섞인 말들을 자주 듣는다. 이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와 함께 갖가지 계획과 시도, 그리고 많은 경험을 겪어 왔지만 결과는 반쪽으로 갈린 오늘의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많은 인재가 나왔지만 큰 거목으로 크질 못하고 도중에 찢기고 잘리고 떨어지는 반복적 양상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결국 우리의 풍토는 인물을 키우지 않는 풍토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래가지고는 선진국 대열에 끼일 수가 없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이 나라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연일 땀 흘리며 동분서주하는 것을 본다.

후보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인물이 줄서기에 바쁘다. 줄을 선 그들도 어떻든 나름대로는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한 큰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일 것이다.

참 지도자란 무엇인가? 또 어떻게 해야 하나?

태국 방콕에서 좀 떨어진 어느 산속에 박쥐동굴이 있다. 저녁이 되면 수십만마리의 박쥐들이 떼를 지어 동굴을 나온다. 이때 동굴 밖에는 독수리들이 지키고 있다가 앞에 나오는 박쥐들을 낚아채 먹이로 삼는다. 그런데 박쥐 세계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매일 저녁 맨 선두에 서서 동굴을 나오면서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박쥐가 곧 그 박쥐 세계의 지도자라는 것이다. 박쥐 떼가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자기를 희생하면서 전체를 살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신과 각오가 없으면 참다운 큰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재주와 술수로는 결코 큰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더욱이 패거리 정치를 해서는 큰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참다운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자기의 분수를 정확히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착각과 과대망상은 파멸을 초래한다. 참다운 지도자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첫째,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 남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은 긍정적으로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할 때 가능하다.

셋째, '우리'를 위해 '나'를 바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은 '나'를 죽여서 '우리'를 살려나가겠다는 지고한 포부를 지닌 지도자의 탄생을 갈구하고 있다.

넷째, 창의적이며 앞서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정확한 안목과 함께 원대한 시야를 갖춘 창의적 지도자를 절실히 바란다.

다섯째, 신뢰를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라면 마땅히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일단 약속을 했을 경우 이를 번복해서는 안된다. 신뢰를 잃은 사람을 국민이 믿고 따를 이유가 없으며, 이러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국가가 불행해진다.

큰 인물의 배출은 존경과 사랑의 토양 위에 성원(聲援)의 뜻들이 모아질 때 가능하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아픔은 참지 못하는 우리의 풍토는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 흔들어 떨어뜨리고, 함정을 파고, 발목을 잡고, 시기하고 모략하며 상처를 내는 일들은 이제 집어치우자.

지금부터라도 참다운 지도자들을 발굴해 키우는 훈훈한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고쳐주고 모자란 부분은 메워주자. 잘한 부분은 크게 칭찬하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밀어주자. 그리하여 우리의 운명을 맡길 참 지도자를 크게 세우자. 그래야만 궁극적으로 이 나라 이 민족에 하늘의 축복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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