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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밀 시장은 ‘블랙 스완’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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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제 원맥(밀) 시장에선 지금 상황을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대한제분 원맥 구매담당자의 말이다. 블랙 스완은 극도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만큼 밀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 상승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 등 동유럽 밀 수출국에서 발생한 가뭄이다. 세계 3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생산량이 급속히 떨어지자 이달 15일부터 연말까지 밀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주요 밀 생산국인 캐나다에서도 파종시기에 비가 많이 내려 밀 생산량이 줄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제 밀 시장에 투기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원맥가가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패닉 바잉(panic buying)’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패닉 바잉이란 심리불안 상태에서 돈을 더 주고서라도 매점·매석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 밀가루값이 당장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분업체들이 3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두고 있어서다. 문제는 재고가 동나는 10∼11월께다.

CJ 관계자는 “당장 밀가루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지만 연말까지 원맥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원 노동환 상무는 “가격을 한꺼번에 올렸을 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조금씩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삼양·SPC 등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식품업체들은 “제분업체의 움직임을 본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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