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일 FTA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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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다. 이제 한국도 지난 10년 온 세계에 몰아친 FTA의 바람을 타게 됐다. 3년 넘게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다가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우리나라, 민감부문을 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준 칠레, 두 정부의 끈질긴 노력은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만큼 치하할만 하다.

이젠 관심의 뒷전에서 거북이 걸음을 해 온 한·일 FTA를 앞세울 차례다. 일본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엄청나게 싼 농산물로 무장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보다 농산물 값이 비싼 나라다. 우리가 농산물 무역자유화를 하면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단 하나의 상대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무역하는 나라 중에 우리나라가 농산물 값이 가장 비싼 나라다. 자유무역을 추진해도 농산물 수입이 가장 적게 늘어날 상대가 한국이라는 얘기다.

한·일은 서로 간에 FTA가 없다는 게 무언가 어색할 정도로 서로 중요한 무역상대다.우리는 칠레와,일본은 싱가포르와 FTA관계를 맺었다고는 하나, 사실 그다지 변변한 것들이 아니다. 그래서 국제무역사회에서 또 WTO(세계무역기구)무역협상에서의 외톨이 신세는 당연한 대접이다.

FTA는 '잃어버린 10년'에서 헤매고 있는 일본이나 최근 경기하강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에게 모두 경제를 재발진시키는 계기가 된다.

한·일간 FTA 추진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가장 큰 혜택은 자유무역에 관한 자신감이다.'자유무역을 해도 나라 경제가 와르르 무너지기보다는 오히려 국가경쟁력이 더 강해진다'는 걸 몸소 체험할 기회가 된다.또 '자유무역을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나라'로 스스로 또 세계가 인지하게 된다는 것도 한·일 FTA가 우리에게 안겨다 줄 선물이다.

한·일이 자유무역을 하면 제조업,특히 중소 제조부문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또 대일 무역역조가 더 심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FTA가 엮어낼 '한·일 단일 시장(單一市場)'은 누구에게도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자유무역에 이끌린 외국인투자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결국 국제수지를 개선한다는 점에 주목할만 하다.

지금 우리는 한·일 FTA를 추진할 시간을 이미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일본의 농민과 우리 중소 제조업체들이 반대의 칼을 갈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칠레 FTA,거기서 보여준 협상력과 자유무역에 대한 자신감은 이제 한일 FTA에 모아져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conop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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