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 케이스만 결합하면 핵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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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자체적으로 농축한 고농축 우라늄 30㎏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핵폭탄 두 발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라늄으로 만든 핵폭탄은 구조가 플루토늄 핵폭탄보다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제작하는데 까다롭지 않아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핵폭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한 우라늄 핵폭탄 '리틀보이'도 사전 핵실험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실전에 사용됐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훨씬 복잡한 구조인 플루토늄탄 개발을 시도해 핵무기 제조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스커드 또는 대포동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게 핵탄두를 1t 이하로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게 관건이었지만 파키스탄에 가우리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면서 그 대가로 정교한 우라늄 핵폭탄 설계기술을 습득, 문제를 해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과정은 통상적으로 핵물질 확보(우라늄 농축)와 탄두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며,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해 가공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핵탄두에 결합하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미국의 판단이 맞는다면 북한은 확보된 고농축 우라늄 30㎏과 이미 제작을 완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 케이스만 결합하면 우라늄 핵폭탄 두 발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핵폭탄의 위력은 핵무기로선 전술적 수준인 13∼20Kt(폭약 2만t에 해당)으로 추정된다. 이는 '리틀보이'와 파괴력이 유사한 것으로 지상 1㎞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반경 3㎞ 이내의 인명과 재산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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