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오리지널藥 강요… 자국선 카피藥 확대 美 고가약 처방 '이중 잣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비싼 약값으로 인한 환자·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앞으로 브랜드 의약품(오리지널 제품)의 특별 특허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값싸고 합법적인 제네릭 의약품(모방 제품)의 생산을 장려하겠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그동안 오리지널 의약품을 생산하는 대형업체들이 특허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소송을 남발함으로써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 가격의 4분의1도 안되는 카피 의약품 생산·판매를 저지해 왔다"면서 "이를 개선할 경우 미 국민은 연간 30억달러의 의약품 처방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가 처방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한국 정부가 시행하려던 참조가격제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던 미 정부가 자국 내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보호기간까지 제한하겠다고 한 데 대해 전형적인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형 제약업체들은 신약특허(15년)가 만료된 직후 30개월간 부여되는 특별 특허보호기간을 거듭 연장하거나 카피제품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남발한 뒤 재판을 지연시키는 수법을 동원해왔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와 거대 제약사들은 브랜드 약품이나 카피 약품 여부에 관계 없이 성분이 같은 약품들에 대해서는 참조가격(동일성분 의약품의 평균가격)을 정해 이 가격을 넘는 차액은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하는 참조가격제를 우리 정부가 도입하려 하자 자국산 오리지널 약품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극구 반대해 왔다.

이와 관련,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나 우리나라의 참조가격제나 방법은 다르지만 고가약 처방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는 같다"며 "미측의 '이중 잣대'에 대해 항의했으나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joon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