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증시로 돌아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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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들은 엄청나게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 연속 순매도 공세를 펼치며 주가를 끌어내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프 참조>

외국인은 종합주가지수가 올들어 가장 낮았던 지난 10일 이후 투자 방향을 틀었다. 그때부터 22일까지 총 5천6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시를 침체의 늪에서 건져내는데 한몫 했다. 그러나 22일만 놓고 보면 1천억원이 넘는 물량을 다시 쏟아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외국인 매수세가 더 이어질지에 쏠려 있다.

일단 외국인 순매수는 미국 뉴욕증시가 얼마나 안정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들어 국내 기업들이 장사를 잘 해 기업 가치를 높였는데도 외국인들은 등을 돌렸고 주가도 많이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돈 되는 주식을 굳이 외면한 것은 뉴욕 증시의 하락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토록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 투자자들의 뮤추얼 펀드 환매 요청에 대비, 국내에서 주식을 팔아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을 썼다.

그런데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미 증시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났고, 국내 증시에서도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당분간 순매수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외풍이 약해졌다는 점을 좋은 신호로 여기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반등을 포함해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던 국제 반도체가격 약세, 원화 환율 강세 등의 악재가 사그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중 최고치 이후 6개월 만에 주가가 30%나 빠졌다는 가격상의 이점까지 고려하면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올들어 외국인의 지속적인 '팔자' 공세로 지분율이 낮아진 삼성전자·한국전력·POSCO 등 주요 종목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들 종목에 외국인들의 자금이 먼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일 이후 외국인들은 이런 종목들을 많이 사고 있다.

한양증권의 홍순표 연구원도 "미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여 뉴욕 증시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외국인 순매수도 추세적인 것으로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당분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증권 최성호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실적 발표일인 18일 무려 5천억원어치나 사들였다"며 "이런 움직임은 시장의 흐름을 질적으로 높여 단순한 기술적 반등 차원을 뛰어넘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SK증권 조대현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이 사는 업종은 전기전자 일부와 금융주고, 전기가스·통신주는 팔아치우고 있다"며 "이는 일정한 자금 한도 내에서 투자 대상만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즉 국내 증시 전체를 좋게 보고 새로 들어온 돈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연구원은 또 ▶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으며 ▶올들어 외국인 순매수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몰렸다가, 발표 후에는 매물이 쏟아졌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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