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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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만의 장단점이 있다면.

▶최희갑=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추진력이다. 이같은 저돌성은 목표만 잘 선정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그러나 목표와 전략을 세운 뒤 이를 흔들리지 않게 관리하는 시스템은 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최숙희=국내 기업의 경우 오너의 리더십이 경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 오너의 결단력으로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반면 업무가 한사람이나 소수에게 집중돼 있는데다 당사자가 없을 경우 업무 처리가 어려운 것이 문제다. '백업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임영모=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모험 정신이다. 새로운 사업이 선정되면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 전체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재의 한국 기업을 만든 원동력이다.

단점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업계 리더로서의 경험 부족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선진기업들을 벤치마킹만 해왔다. 일부 기업은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는 최상위 단계까지 올라와 있다. 이젠 추종자가 아닌,'월드 리더'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의 경쟁력과 수준은.

▶최숙희=세계적 연구소들과 비교해선 아직 연구원 수나 규모 면에서 열악하다. 해외에 지점을 둔 민간연구소가 없지 않은가.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 제휴를 맺거나 연구원을 파견 또는 교류하는 일이 시급하다. 다양한 정보망 확충과 더불어 연구원들이 국제적 감각도 익히고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최희갑=외환 위기를 거친 뒤 경제 현안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은 훨씬 나아졌다. 그만큼 예측 능력을 보강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호흡이 짧은 단기(短期)연구와 쉬운 연구에 다소 치우친 느낌이다.긴 시간을 투입하는, 심도 깊은 연구들이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은데.

▶최희갑=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라크전이 끝나면 급속히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큰 문제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의 경제 불안이다.

▶임=당분간 경제가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보기술(IT)경기가 기술적으로는 반등할 시점이지만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 탓에 투자를 줄이고 있다. 때문에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당분간 이같은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다.

▶최숙희=주가 하락과 부동산 안정화 조치로 인해 자산 가치가 떨어진데다 가계 부채도 늘어나 향후 소비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경제 성장률을 웃돌던 민간소비 증가율도 앞으론 경제성장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가 보완해야 할 점은.

▶임=미래의 성장 엔진을 찾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육성한 반도체와 정보통신이 먹여살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들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전략 사업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5∼10년 뒤를 내다 보고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엔진을 찾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최숙희=부동산 정책을 보면 우리 정책이 얼마나 일관성 없이 냉탕·온탕을 오가는지 알 수 있다. 대외(對外)경제정책은 높은 대외 무역 의존도 등 해외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내수에 관해선 일관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희갑=기업들이 연구·개발(R&D) 능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들은 위험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국책·민간 경제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경제 전망과 국내외 경제 흐름을 읽어내는, 경제 분야의 '기상 캐스터'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지명도 높은 경제연구소의 리포트를 참고해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의 수석연구원 최희갑(40) 박사·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최숙희(37) 박사·기업산업실 소속 임영모(32) 박사 등 3명의 경제 전문가를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소장 최우석)는 1986년 7월 삼성생명 부설 연구소로 출발했다. 91년 삼성경제연구소로 명칭을 바꾼 뒤 기업 경영과 전략, 미시·거시 경제분야 및 금융·경제 정책 등에 대한 분석과 전망, 각종 연구 프로젝트 수주를 주업무로 하는 국내 최대의 민간경제연구소로 자리잡았다.

박사급 39명과 석사급 62명 등 1백1명의 연구원을 비롯해 모두 1백22명이 일한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5월 세계 유수의 인터넷 리서치기관인 알렉사(ALEXA)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인터넷 사이트(www.seri.org)를 전세계 싱크탱크 사이트 중 1위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