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유대인학살 다룬 '바비 야르 비극' 영화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퇴임을 앞두고 있는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사위와 유태인 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는다.

대사업가이자 의원이기도 한 쿠치마 대통령의 사위 빅토르 핀축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스필버그 감독과 우크라이나에서 이루어진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함께 찍기로 했다"고 밝혔다.

핀축은 "최근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 스필버그 감독과 협의를 거친 끝에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며 "내가 공동 감독을 맡는 대신 제작비를 전액 부담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제작비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벌써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며 "약 1년 반 뒤 영화가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핀축은 여러 개의 철강 회사를 거느린 우크라이나의 대기업 '인터파일'의 회장으로 문화.예술 분야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도 키예프에 '현대 예술 박물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다음주 중 장인인 쿠치마 대통령의 권력을 이어 받을 신임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에게 적극 협력 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치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선에서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치비를 지지했었다.

핀축이 스필버그와 공동 감독할 영화는 1941년부터 2년 동안 키예프 서북부 교외 '바비 야르' 계곡에서 자행된 독일 나치군의 대규모 유태인 학살 사건을 그릴 예정이다.

41년 6월 소련과 전쟁을 시작해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나치군은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등에서 키예프로 도망온 유태인과 키예프 현지 주민 등 모두 15만 여명을 바비 야르 계곡에서 무참히 살해했다.

41년 9월말에서 10월 초 일주일여 동안에만 3만여명이 처형됐다. 이 사건은 이후 '바비 야르 비극'으로 불리고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