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김 택 진 엔씨소프트 사장: "시장 흐름을 주도해야 선두 차지할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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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가 만든 게임을 다른 나라에서 통하게 만든 힘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의 조합입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 하나로 한국을 게임 소프트웨어 선진국으로 격상시킨 엔씨소프트 김택진(金澤辰·35)사장. 그는 "리니지가 동서양의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리니지는 중세 유럽을 무대로 주인공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는다는 기본 구성을 토대로 참가자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온라인 게임. 전개 과정과 결과가 뻔한 기존 비디오·PC(컴퓨터)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金사장은 17일 리니지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8세 이용가'판정을 받은 데 대해 "12세 이용가 판정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재심의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은 리니지 세계에서 세상을 만나고 인생을 배웁니다. 친구를 사귀면서 우정을 나누고 함께 뭉쳐 적군을 물리치기도 합니다. 단순히 반응하는 게임이 아니라 생각하는 게임이지요."

등장인물과 배경이 유럽이기 때문에 동양에선 서양적이라고 생각하고, 동양적 정서를 담고 있어 서양에선 동양적이라고 여기면서 리니지는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대만·홍콩에선 리니지 접속자들이 대단한 반응을 보입니다. 아직 비디오 게임이 지배하는 일본에도 올 2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는데 벌써 4만명이 접속하고 있어요. 보수적이면서 다양성도 있는 사회거든요."

이달 들어 중국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해외 접속자는 약 18만명에 달해, 12만여명인 국내보다 많다. 지난해부터는 온라인 게임 부문에서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인 미국 일렉트로닉 아츠(EA)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EA에서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리처드 게리엇씨가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연기 한 줄기 뿜어내지 않으며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천2백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이찬진씨와 함께 아래아 한글을 개발한 金사장이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한 지 5년만의 일이다.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척자로서 시장의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어야 선두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증권거래소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게임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의 1백대 부호 선정에서 21위를 차지한 '벤처갑부'이기도 한 그는 차세대 리더 선정에 대해 "한눈 팔지 말고 한 우물을 파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글=김동호·사진=최승식 기자

e-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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