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몸매만으로 모델 되겠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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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학』의 저자 김동수(45·사진)의 명함은 앞뒤가 서로 다르다. 앞면은 동덕여대에서 모델학을 가르치는 스포츠학과 교수이고, 뒷면은 의류회사('io'di)대표이사라는 직함이다.

1980년대 사회학을 공부하던 미국 유학생활 중 175㎝의 키로 모델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못생긴 톱모델 김동수의 챠밍스쿨』(까치,1992), 『성공하는 남자의 옷입기』(까치,1993) 등을 펴낸 바 있지만 '꼭 써내야 할 책'은 다소 늦게 펴낸 셈이다.

모델 출신이 책을 펴낸 것은 그의 선배 이희재가 쓴 다이어트 책을 제외하고 거의 처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오해할까 겁나요. 혹시 이 책이 케이트 모시 혹은 국내의 박영선으로 대표되는 '얼음공주 룩'에 매료된 모델 지망생들을 부추기려는 게 아닐까 짐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또 클라우디아 시퍼 식의 풍부한 육감미를 닮고싶어 몸살앓는 10대들을 위한 꼬드김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죠. 그건 모두 아니죠." 사실이다.

이 책은 모델에 관한 유용한 정보로 꽉 차있다. 내용과 편집 모두 충실하다.

"10대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에 모델이 포함된 지 꽤 오래 됐어요. 한 성급한 부모는 초등학생 꼬마를 모델 만들겠다고 덤비기도 해요. 과열이죠. 이런 현실에서 이 책은 모델 지망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넣어주려는 것이 우선이죠. 모델에 관한 환상부터 깨주는 것도 그 때문이죠."

왜 모델이 되려고 하냐는 질문에 10대들의 제일 흔한 답이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것. 돈 벌고 싶다는 소망도 꽤 된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밝힌다. 패션과 유행의 중심은 모델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의류회사 쪽이라는 것, 따라서 그 쪽을 고려해 보라는 것이다.

모델에 관한 진실도 들려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톱 모델들을 제외하곤 모델 수입은 고정적이지 않고 많지도 않다는 것이다.

외모와 몸만 괜찮으면 쉽게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환상 속에 그는 외려 독기와 자기표현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모델로 성공하려면 3~4년의 무명 시절을 견딜 독기와 풍부한 자기 표현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모델의 다양한 분류 등 상식도 제공한다. 꽃으로 불리는 '런어웨이(기다란 무대)모델'을 포함해 '에디토리얼 모델'(잡지 모델)·CF모델·홈쇼핑 모델·피팅(가봉) 모델 등등.

에이전시 고르는 요령, 사진촬영 트레이닝 등도 실무적인 정보로 유용할 듯싶다.

하지만 『모델학』이 모델 지망생용만은 아니다. 1956년 반도호텔에서 열린 유학파 디자이너 노라노의 한국 첫 패션쇼에서 시작하는 국내 패션·모델의 역사, 20세기 초반 이후 모델사 등은 교양서로서도 괜찮다 싶다.

조우석 기자

wow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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