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美 대규모공격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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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쿠웨이트·인도네시아 등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테러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미국 내에서 다시 대규모 공격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국장이 17일 경고했다.

또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각료들에게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와 같은 공격이 앞으로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등 제2의 9·11 사태와 같은 대규모 테러 공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테닛 국장은 이날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국장과 함께 상·하 양원 합동 정보위원회에 출석, "현 상황은 지난해 9·11 테러 공격이 있기 직전 여름과 비슷할 정도로 좋지 않다"면서 "그들(알 카에다)이 재조직됐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의 쿠웨이트 주둔 미 해병대 습격,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 등 세계 도처에서 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으며, 알 카에다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공격 발언을 하고 있는 사실 등을 근거의 일부로 제시했다.

테닛 국장은 또 "알 카에다는 현재 테러 계획을 집행하는 단계에 있으며, 미국 안팎에서 미국인들을 공격하려 한다"며 "내가 아는 한 이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은)미국 내에서 동시 다발적인 공격을 펼치는 계획이 세워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 나라 안에서 테러분자들이 노리는 적(敵)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닛 국장은 이에 앞서 지난 6월 이 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도 "테러범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며 "미국 내에서 또 다른 공격을 가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테닛 국장은 미국 내 테러 경계 수준을 현재의 황색 경보 이상으로 높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위원회에서는 "CIA와 FBI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9·11 테러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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