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모피코트 고쳐 입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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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의 애물단지 모피 코트. 오랜만에 꺼내 입자니 한물 간 스타일 때문에 망설이게 되고, 묵혀 두자니 '본전' 생각에 속이 쓰리다. 이럴 땐 큰 맘 먹고 전문 수선업체에 맡기자. 감쪽같이 새 옷이 되어 돌아온다.

◇복부인 패션은 그만=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모피 코트는 '10년에 한번 옷깃 모양이 변한다'고 할 정도로 유행을 타지 않던 품목. 그러나 요즘은 1백만원대 제품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고 대중화하면서 디자인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10∼15년 전에 모피를 구입했다면 어깨가 넓고 밑단은 펑퍼짐한 디자인일 가능성이 크다. 또 소매통이 점점 좁아지게 돼있는데다 끝에 고무줄까지 들어 있어 상체와 얼굴이 커 보이고 나이도 더 들어 보인다.

이럴 경우엔 어깨선을 좁히고 소매를 일(一)자로 바꿔 고무줄 대신 커프스를 만들면 효과적이다. 좁고 긴 옷깃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차이나 칼라나 테일러드 칼라로 바꿔주면 훨씬 젊고 세련돼 보인다.

구입한 지 20년이 넘은 코트는 전체적으로 타이트해 요즘 추세에 오히려 잘 맞는다.

그러나 모피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에 입는 사람의 체중이 불었다면 사이즈를 늘려야 한다. 특히 가죽이 낡아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너무 꽉 끼게 입으면 찢어질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모피 리폼(개조) 전문 업체인 오영자 모피의 이유형 디자인실장은 "모피는 가격이나 덩치보다 개성에 맞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며 "가지고 있는 제품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롱코트를 짧은 후드 점퍼로 개조하거나 반코트를 조끼나 목도리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격과 성능 비교 꼼꼼하게=모피 값 못지 않게 수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코트 길이를 줄이는 데 6만∼20만원, 소매 개조에 2만∼10만원선이면 가능한 곳도 있다.

그러나 옷을 뜯어 전면 개조하려면 30만∼1백만원은 든다. 가격이 비싼 만큼 새 옷을 구입할 때와의 비용 차이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리폼을 맡기려는 업체가 ▶모피 전문 디자이너와 설비가 있는지▶애프터 서비스는 되는지▶경험이 많은 회사인지 등도 점검해야 한다. 대표적인 리폼 업체로 오영자 모피(02-546-3333)·삼두 리페어(02-795-4640)·모피나라(031-713-4564) 등이 있다.

원하는 디자인을 생각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롱코트를 개조할 경우 7부 코트로 바꾸면 남는 재료로 목도리·헤어밴드·팔찌 등의 소품을 만들 수 있다. 반코트나 조끼로 만들면 숄까지도 제작 가능하다. 털을 덧댈 경우엔 밍크 1마리 분량에 10만∼25만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관리 잘하면 30년도 너끈=모피는 관리만 잘하면 반평생 너끈히 입을 수 있다. 모피를 넣어둔 옷장은 통풍이 필수. 비가 많이 올 때는 선풍기를 간접적으로 쐬어 습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온돌 난방을 틀어 습기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옷걸이는 단단하고 어깨가 넓으며 목이 긴 것을 사용해야 한다. 옷이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옷걸이가 부실할 경우 옷의 형태가 틀어질 수 있다. 합성섬유로 된 옷커버를 씌워놓으면 통풍이 안돼 가죽이 손상될 수 있다. 잘 입지 않는 블라우스나 스카프로 덮어놓으면 먼지를 막고 옷이 상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글=김선하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odinelec@joongang.co.kr

의상·소품=오영자 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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