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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2회.삶의질 인프라확충이시급>주말엔 가족 찾아 서울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주말인 지난 12일 오후 대전광역시 둔산 신시가지. 평일엔 주차하기가 너무도 힘든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이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상당수 거주자들이 귀경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 대전청사가 들어서면서 4천여명의 공무원이 서울에서 내려왔지만 이중 30%가 혼자 왔어요. 주말 '기러기'가 된 셈이지요."

대전상공회의소 김남철 과장은 "청사 이전 때엔 이 지역에 대한 2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됐지만 허상이었다"고 말했다.

조달청의 관련 업체가 2만여개, 특허청과 연관이 있는 변리사가 1천9백여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거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등지에서 대전으로 내려온 변리사는 10명도 안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대전청사 내에 위치한 산림청·조달청 등 외청장 9명 가운데 노태섭 문화재청장만 대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나머지 8명의 청장은 주중엔 혼자 관사 등에서 살고 주말이면 서울의 집으로 이동한다.

지방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상장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본사가 지방인 상장 기업 1백57개사 가운데 64.9%인 1백2개 업체의 최고경영자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1천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전북 군산시 군장산업단지 대우자동차 공장 내 독신자 아파트도 주말이면 텅 빈다.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사 군산사업단 이재완 개발부장은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사회·문화적 여건 으로 가족을 수도권에 남겨두고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의 BMW 등 유명 기업들은 본사를 지방에 두고 지역발전을 위해 발레단이나 스포츠클럽을 지원하는 등 현지 주민과 함께 커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지도층·고위층 인사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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