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여사, 양용은 선수(왼쪽부터)
이번에 양 선수가 정한 만찬 메뉴는 한식 풀코스다.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을 비롯한 역대 우승자들과 PGA 관계자 등 100여 명이 함께 양 선수가 추천한 한식을 즐기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식 메뉴 선정과 한식 요리사 파견에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큰 도움을 줬고, 이 과정에 양 선수와 친한 가수 이승철씨의 건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사연은 6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소외아동돕기 바자회’에 이승철씨가 참여한 게 계기가 돼 김 여사와 이씨가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씨는 양 선수와 ‘절친’ 사이다. 지난달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 경기 때는 이씨 부부가 함께 스코틀랜드 현지를 찾아가 양 선수를 위해 갈비찜과 된장국을 요리해줬을 정도다. 김 여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이씨는 “양 선수가 PGA 챔피언십 디너 파티에서 한식을 홍보하고 싶어하는데, 김 여사께서 도움을 주실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정부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을 맡을 정도로 한식 홍보에 열성적인 김 여사는 이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 여사는 당장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의 박효남 총주방장을 양 선수 측에 추천해 행사 준비를 돕게 했고, 직접 본인도 박 주방장과 함께 메뉴를 고민했다. 박 주방장은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 때 한식 분야를 총괄했고, 주한 외국대사 부인들에게도 한식 강의를 자주해온 이 분야의 권위자다. 김 여사의 추천을 받은 박 주방장은 보조 요리사 3명과 함께 이번 만찬 행사가 열리는 미국 위스콘신주로 직접 건너가 한식을 요리하게 됐다.
양 선수는 만찬 당일 연설과 공식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 여사가 요리사 추천과 메뉴 선정에 큰 도움을 줬다”고 소개하며 한식의 우수성을 홍보할 예정이다. 관심의 초점인 한식 풀코스 메뉴도 정해졌다. 칵테일과 어울릴 식사 전 리셉션 메뉴로는 건구절(일곱 가지의 안주를 하나의 그릇에 담는 마른안주)과 오색밀쌈, 꼬치산적, 대하 잣 무침이 제공된다. 이어 전채 메뉴는 잡채와 모둠전으로, 주 메뉴는 불고기·쌈야채·밥과 반찬·시금치 된장국으로 결정됐다. 디저트는 수삼 대추단자와 인삼캔디, 과일이다.
양 선수의 지난해 우승을 축하하는 ‘잔치’의 의미를 살려 잔치에 빠지지 않는 잡채와 모둠전이 포함됐고, 주 메뉴에선 ‘한국의 쌈 문화’를 강조한다는 컨셉트다.
서승욱·성호준 기자
※ 인물의 등장순서는 조인스닷컴 인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순서와 동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