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은 전문가에 맡겨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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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식시장에 간접투자 바람이 일면서 증권사의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

간접투자 바람의 또다른 주역인 적립식펀드가 주로 소액 투자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랩어카운트는 거액 투자자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다. 직접 주식을 매매해 봐야 돈 불리기가 갈수록 힘들다는 점을 체험한 투자자들이 속속 간접투자로 돌아서는 가운데 랩어카운트와 적립식펀드는 쌍벽을 이루며 인기 경쟁을 하는 모습이다.

◆랩어카운드 4조 시대=2003년 10월 첫선을 보인 랩어카운트는 지난해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월 1조2000억원였던 판매 잔액은 불과 넉달 만에 2조원으로 뛰었으며 연말엔 4조6156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 역시 지난해 상반기 14개사에서 연말엔 20개사로 늘었다.

급속히 시장이 커지면서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후 판매에 뛰어든 현대.굿모닝신한.대신 증권 등은 적립식 투자가 가능한 랩어카운트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현재 전체 랩어카운트 판매액 중 적립식 자금은 약 1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최근엔 괜찮은 펀드만을 골라 집중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 형태의 랩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종의 맞춤 투자=랩어카운트는 고객의 돈을 증권사가 맡아 주식.채권 등에 대신 굴려주는 간접투자 방식이란 점에선 펀드와 엇비슷하다. 그러나 펀드는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한꺼번에 운용하는 형태지만, 랩어카운트는 고객과 개별 계약을 맺고 한 사람의 자산을 독립적으로 굴려준다는 점이 다르다. 프라이빗 뱅킹(PB)의 '맞춤 금융'서비스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한번 돈을 맡기려면 최소한 2000만원은 돼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객은 자신 계좌의 자산구성(포트폴리오) 내용과 수익률을 언제든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운용에도 개입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 이재석 조사역은 "펀드와 달리 돈을 맡긴 이후에도 고객이 편입 상품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등 투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의할 점=랩어카운드는 지난해 4분기 들어 수탁고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랩운용팀 이용철 운용역은 "주식을 위주로 편입한 랩어카운트의 경우 지난해 선호종목인 전자전자.운수장비 업종 등의 부진으로 주식형펀드와 마찬가지로 다소 부진한 운용 성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판매가 늘어난 점도 오히려 제약이 됐다. 삼성증권은 랩어카운드 잔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돈이 너무 많이 몰리면서 전문 인력 부족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들어 신규 판매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단 돈을 맡긴 뒤에는 가급적 운용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길게보고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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