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흙 수천t 기름에 절어있는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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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토양이 기름에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내 일부 지점 토양 수천t이 기름에 오염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 사진과 토양 시험분석 보고서 등을 공개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사우스포스트 인근 운동장 공사현장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초 회원들이 미군 영내에 직접 들어가 토양 시료를 채취해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총석유류탄화수소(TPH)가 8천6백38㎎/㎏으로 대책 기준인 5천㎎/㎏을 훨씬 넘었다는 것이다. TPH는 등유와 경유·벙커C유 등에서 나오는 것으로 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녹색연합은 "이 정도 수치면 토양이 기름에 절어 있는 수준"이라면서 "다른 흙과 섞어 처리하기보다 태워야 하며 토지이용 중지 등의 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오염원에 대해서는 "중대·대대본부 건물마다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는 기름 저장탱크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운동장 공사 현장에서 인부가 채취한 토양 시료를 분석했으나 TPH가 기준치를 밑돌았다"며 "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만큼 환경부에 다시 검사를 요청해 미군기지 내 토양의 오염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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