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침구사 자격 합법화를” vs “의학 안 배우고 생명 다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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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뜸과 같은 대체의학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의료행위로 인정해 주세요.”(네티즌 이씨)

“그렇다면 한의사 면허를 폐지하고 침도 중·고교에서 가르칩시다. 부작용이 없다니….”(네티즌 정씨)

지난달 29일 침·뜸 시술을 한의사에게만 허용한 의료법 규정이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스로 합헌 결정(본지 7월 30일자 1, 16면)이 나온 뒤 보건복지부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들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헌재의 합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침·뜸 시술의 대가 구당 김남수(사진) 옹의 제자 모임인 ‘뜸사랑’은 “헌재 결정은 사실상 위헌”이라며 의료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법은 한의사와 침구사만이 침·뜸 시술을 하도록 제한한다. 침구사는 일제시대 때 자격증을 받은 39명이 있다. 침구사 제도를 되살리는 내용을 담은 법안 4건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민간기관에서 발급한 침구사 자격증도 있는데 이 자격증 소지자가 침이나 뜸을 놓으면 불법이다. 뜸사랑이 배출한 자격증 소지자는 3674명(2007년), 대한침구사협회는 1702명(2009년)이다. 뜸사랑은 전국 31곳의 지부를 두고 침이나 뜸 봉사활동을 한다. 올해 7월까지 100여만 명이 시술을 받았다. 대한침구학회는 2일 성명서에서 “인체 해부와 병리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 충분한 실습 없이 침·뜸을 시술한다는 것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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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술로 비틀어진 척추나 골반 등을 바로잡는 카이로프랙틱도 관련 협회 등에서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면서 시술자가 크게 늘고 있다.

문신도 많이 행해진다.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문신전문점(타투숍). 20대 여성 두 명이 잡지를 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손님이 밀려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문을 연다. 손님 변모(28·여·회사원)씨는 “지난해 8월 왼쪽 손목에 이름 이니셜을 새겼고 이번에는 엉덩이 위에 깃털 모양의 문신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대표 A씨는 “문신이 불법인 줄 알지만 문제 된 적이 없어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2008년 말 녹색소비자연대가 서울 주민 814명을 조사한 결과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의 9.7%가 피부손상·흉터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사무처장은 “문신사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교육·훈련을 받은 사람이 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법과 불법 사이=지난달 29일 헌재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낸 이유는 유사의료행위가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고 국민 욕구가 다양해지는 점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의료법 개정 때 유사의료행위를 허용하려 했으나 의사와 한의사의 반발에 부닥쳐 물러섰다. 그 이후 별도의 법률을 만들기로 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의료법에는 ‘의료행위’의 개념이 없다. 대법원 판례는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필요하고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위해가 발생하는 행위로 규정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복지부는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사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선진국에는 한의사 제도가 없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관련 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해결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황운하 기자
김다솔(성균관대 신문방송 4)·박진탁(한동대 언론정보학부 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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