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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록밴드의 마지막 공연 기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비열한 거리'(1973년)에서 '분노의 주먹'(80년)까지 초창기 대표작을 내놓던 시기에 두 편의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를 내놓았다.

아들이 만든 영화에 출연했던 부모의 이야기인 '이탈리안 아메리칸'(74년)과 캐나다 출신 록그룹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 실황을 담은 '라스트 왈츠'(78년·전체)가 그것이다.

'라스트 왈츠'는 스코시즈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지식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때 음악가를 꿈꾸었다는 그는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우드스톡 공연 실황인 '우드스톡'(70년)에 조감독과 편집자로 참여했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 다큐인 '엘비스 온 투어'(72년)에서도 편집을 맡은 바 있다. '라스트 왈츠'의 편집에 매달리는 동안에는 복고풍 뮤지컬 '뉴욕, 뉴욕'(77년)을 찍기도 했다.

'라스트 왈츠'의 코멘터리에서 스코시즈는 "'더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가 한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필름으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스코시즈는 76년 추수감사절에 샌프란시스코의 윈터랜드에서 열린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직접 단원들을 인터뷰해 '더 밴드'의 탄생에서 해체까지를 진솔하게 전한다.

'더 밴드'는 로니 호킨스와 밥 딜런의 반주를 맡으며 본격 활동을 시작해 16년간 록음악사에 큰 업적을 남긴 지적인 그룹으로 기록된다. '더 밴드'의 일원이자 '라스트 왈츠'의 제작자이기도 한 로비 로버트슨은 "꿈은 이루어진다. 처음이 힘들지만"이라며 초창기의 어려움을 회상한다.

그룹을 해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20년을 순회 공연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엘비스 프레슬리나 제니스 조플린을 보라"고 말함으로써 깊은 울림을 전한다.

스코시즈는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우리 시대 음악이 대화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중요한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흥겹게 공연했다는 것인데, 출연 스타는 닐 영·닐 다이아몬드·조니 미첼·에릭 클랩턴·밴 모리슨·밥 딜런·링고 스타 등 12명이다.

6천명의 팬과 함께 한 7시간 공연의 기록은 마이클 채프먼·라즐로 코박스·빌모스 지그몬트와 같은 유명한 촬영 감독 일곱명이 맡았고, 편집에만도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영화는 소리를 크게 하고 봐야 한다"는 자막처럼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맥주라도 마시며 선 채로 별 다섯개짜리 공연 실황을 감상할 것을 권한다.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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