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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 단말기 6개월만에 또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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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시내 버스 단말기의 절반 가량이 동시에 고장나 11일 출근길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서울시는 버스 카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자 시민 불편을 우려, 일단 승객들을 무임 승차시키도록 버스 회사에 지시해 큰 혼잡은 피했다. 단말기는 이날 오후6시쯤 정상화됐다.

◆ 단말기 고장=시내버스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첫 접수된 시간은 이날 오전 5시쯤. 교통카드 운영업체인 한국스마트카드측이 원인을 조사한 결과 후불제 교통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사가 잘못된 이용자 정보를 단말기에 입력하면서 장애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스마트카드는 오전 6시쯤 승객들을 무임 승차시키기로 결정하고 이를 버스회사에 통보했다.그러나 이미 차고지를 떠난 일부 버스의 경우 운전기사들이 무임 승차 결정을 알지 못해 승객들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정윤(32.경기도 분당)씨는 "광역버스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현금을 내라고 했다"며 "부랴부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느라 다소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 고장 원인=스마트카드측은 매일 오전 2시 9개 신용카드사로부터 카드분실,신용불량 등 신용카드 소지자의 승인 목록(PL:Positive List) 데이터를 전송받고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된 PL 전산파일이 각 버스 단말기로 전송돼 승객이 쓰는 신용카드형 버스카드가 유효한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날 한 곳의 신용카드사에서 잘못된 데이터를 보내는 바람에 오류 파일이 만들어져 이를 전송받은 버스 단말기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스마트카드 김정근 부사장은 "오전 5시쯤 고장 사실을 확인하고 PL 파일전송 작업을 중단했으나 이미 버스 단말기 9000여대 중 4800여대(약 57%)에 파일이 전송돼 고장을 일으킨 상태였다"며 "복구 요원 350여명을 투입해 오후 6시까지 고장 난 단말기의 오류를 모두 수정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카드는 이날 발생한 약 5억원대의 운송 수입금 손실분에 대해 시내버스 운송수입금 공동관리업체 협의회와 마을버스사에 배상하기로 했다.장애의 원인을 제공한 해당 신용카드사에는 구상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 향후 대책=서울시는 지난해 7월 1일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버스와 지하철의 교통카드 단말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지하철과 버스를 무임 승차토록 한 바 있다.

당시에는 단말기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에 오류가 일어났지만 이날 사고는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은 잘못된 데이터가 단말기에 전송되면서 고장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스마트카드측은 PL 파일 전송 작업시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은 데이터도 확인 작업을 거친 뒤 전산 파일로 만드는 수동 작업으로 시스템을 전환해 재발을 막기로 했다.

서울시 음성직 교통정책보좌관은 "향후 단말기가 고장났을 때 해당 버스에 대해서는 무임으로 승차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병철.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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