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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없인 안먹고 안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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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학 4학년인 이정연(23·여)씨는 친구들과 만날 때면 항상 어떤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미리 계획을 세운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마일리지 카드나 패스트푸드점의 할인쿠폰을 챙기는 건 기본이다. 영화는 이동통신회원 카드를 이용해 무료로 보고, 친구 생일잔치 때는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 무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패밀리 레스토랑 회원카드를 사용한다.

중·고교생과 대학생 등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신소비문화족이 뜨고 있다. 과거 알뜰소비족들이 덜 먹고 덜 썼다면 요즘 신소비족들은 쓸 건 쓰되 인터넷 등의 정보를 활용한 할인혜택을 이용한다. 李씨는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식사를 해도 하루 1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값 다 주면 손해=許모(21·여)씨는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할 땐 보통 네다섯명이 세트메뉴 2개 정도만 시킨 뒤 여기에 포함된 음료를 나눠 마신다. 음료수가 모자라면 카운터에 가서 몇번이고 리필을 받는다. 이른바 리필족이다. 할인쿠폰 사용도 기본이다. 許씨는 "최초 회원 가입 때 무료쿠폰을 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입·탈퇴를 반복해 무료 쿠폰을 받아 쓴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인 呂모씨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일 할인쿠폰이 나오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의 주민등록번호로 회원카드를 여럿 만들어 다달이 할인 쿠폰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매도 즐기고 할인도 받고=20대 회사원 金모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터넷 경매사로 불린다. 인터넷 경매를 통해 쓰지 않는 물건을 팔거나 비싼 물건을 제값보다 싸게 사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쓰는 휴대전화 역시 인터넷 공동구매를 통해 반값에 구입했다"며 "용돈으로 사기 힘든 핸드백 등은 경매에서 중고품을 사면 부담이 덜어진다"고 말했다. 여대생 李모(22)씨도 인터넷 경매를 즐긴다. "주인을 잃은 강아지, 헤어진 애인에게 받은 액세서리 등 인터넷 경매엔 없는 게 없어 성의만 들이면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리 위주의 합리적인 소비=숙명여대 경제학과 문정숙 교수는 "소득이 없는 학생층을 중심으로 할인혜택을 적극 이용하는 공격적 소비문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체면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소비 합리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소비족의 등장에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여럿이 음료수를 하나만 시킨 뒤 리필하는 사례가 늘자 롯데리아·KFC 등 일부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지난 1일부터 음료 리필을 전면 중단했다.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리필로 인한 하루 매출 손실이 점포당 20만∼3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윤혜신 기자 hyaes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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