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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르랠리, 역대 44번째 희생자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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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하라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레이스' 다카르랠리가 또 한 목숨을 삼켰다. 1979년 시작된 이래 44번째 희생자다.

스페인의 모터사이클 선수 호세 마누엘 페레스(41)가 11일(한국시간) 스페인 알리칸테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지난 7일 모리타니의 주에라~티시 구간(669㎞)의 거친 사막을 달리다 모터사이클(KTM)에서 떨어져 가슴 부위를 크게 다친 지 4일 만이다. 사고 후 세네갈 다카르로 후송돼 신장과 비장을 떼어내는 응급수술을 받고 스페인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에게는 이번이 네번째 참가한 다카르랠리였다.

이정표도 목표물도 보이지 않는 삭막하고 황량한 사막, 한낮 40도를 넘다가도 밤이면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날씨, 하루에도 몇번씩 타이어를 터뜨리는 거친 돌밭, 앞을 가로막는 모래언덕, 수시로 지형을 바꿔 지도책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거센 바람. 오직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길잡이 삼아 자기 위치를 확인하면서 달리는 레이스다.

▶ 독일의 여성 레이서 유타 클라인슈미트(차 안)가 11일(한국시간) 모리타니의 사막지대를 통과하는 10구간 레이스에서 함께 출전한 폴크스바겐 팀의 로비 고든과 딕 폰 치체비츠의 도움을 받아 모래구덩이에서 탈출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1일 사망한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페레스. [아타르 AFP=연합]

페레스의 죽음은 2003년 1월 브루노 코비(프랑스)가 숨진 뒤 2년 만이다. 86년과 87년엔 7명씩 숨졌다. 대회 창설자인 프랑스 모터사이클 선수 티에리 사빈도 86년 대회 진행을 맡아 헬기를 타고 가다 추락사고로 숨졌다.

◆ 왜 다카르랠리인가=생사의 갈림길을 헤쳐가는 이 험한 대회에 매년 수백명이 참가한다. 인간과 자동차(모터사이클 포함)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라서다. 로마교황청이 "생명을 경시하는 비인간적인 대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소용이 없다. 2001년까지는 '파리~다카르랠리'였다. 그러나 사막 환경을 해친다는 환경론자의 반대로 2002년 프랑스 아라스로, 2003년과 지난해에는 마르세유로, 올해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발지가 바뀌었다. 완주율은 대부분 50% 미만이다. 올해 국내 차로는 기아 쏘렌토 등이 참가했다.

◆ 보름 넘게 8956㎞ 달려=지난해 12월 31일 39개국 686대의 참가 차량이 랠리에 나섰다. 이들은 16개 구간 8956㎞를 달려 오는 16일 다카르에 골인한다. 10구간(아타르~아타르.499㎞)을 달린 11일까지 자동차 부문에서는 스테판 페테르한셀(프랑스.28시간8분55초), 모터사이클에서는 시릴 데스프레(프랑스.29시간12분53초)가 1위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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