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휘부에 충성하느니 전역하는게 낫겠다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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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관이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지휘부에 충성하느니 차라리 전역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4일 국방부에 대해 열린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는 한철용(韓哲鏞·육사 26기·소장) 5679부대장의 폭탄 발언으로 긴장감이 돌았다. 5679부대는 북한의 통신내용을 감청해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극비 정보부대다.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온 韓소장은 "서해교전 직전 북 경비정의 잇따른 북방한계선(NLL) 침범 의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김동신(金東信)전 국방장관이 묵살했느냐"는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방장관이 항목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朴의원이 "국방부 정보본부와 5679부대가 이견이 있었는가"라고 묻자 "사실이다. 1백80도 틀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서해교전과 관련)기무사가 5679부대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무사가 SI(특수정보)기관을 조사한 것은 부대 창설 46년 만에 처음"이라며 "표적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기무사는 7월 초 金전장관의 지시로 서해교전 진상조사를 벌였고 국방부는 7월 10일 정보본부장, 해군 작전사령관, 5679부대장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韓소장이 전역지원서를 내며 반발하고, 다음날 金전장관이 교체되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는 오는 11월 전역 예정이다. 韓소장은 전역지원서 제출 이유와 관련, 金전장관의 책임 전가 외에 "정보본부장과 기무사령관이 음해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기에 다 들어 있다"며 군사 기밀인 '블랙 북'(북한 정보 일일보고서)을 들어보이자 순식간에 국감장은 고성으로 뒤덮였고, 이준(李俊)국방장관 등이 비공개 국감을 요구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韓소장은 저녁에 속개된 국감에서 "보고서에 서해도발을 암시할 결정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성 질의에 "진실은 하나뿐이다. 진실과 정의가 불의에 위협을 받아서 되겠느냐"고 맞받아쳤다.

장영달(張永達)국방위원장은 "5679부대장의 태도는 국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부대장이 예편하기 전에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위원장에게 보고해 달라"며 국감을 끝냈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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