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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價브랜드 20대 파고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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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구찌'의 매장에는 40대가 입을 수 있는 옷들이 거의 없다. 40대의 체형에 맞는 옷들이 없기 때문이다.

구찌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우리 제품을 찾는 20∼30대는 전체 고객의 40%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80%에 이른다"며 "이에 따라 40대 평균 체형에 맞는 옷은 아예 만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이 젊어지고 있다. 점잖고 품위있는 고급품의 이미지 대신 유행에 민감하고 튀는 제품이 명품 브랜드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구매력이 부족한 20대를 고려한 저가의 상품들도 많아졌다.

'크리스챤 디올'은 젊은 소비자들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다. 명품에서 연상되는 점잖고 부티나는 디자인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알록달록한 색상에 튀는 디자인의 옷들로 교체했다.

또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많이 구비해 다소 주머니가 가벼운 20대 명품족들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말 안장 모양의 '파우치백'은 22만원으로 국내 고급 브랜드 제품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크리스챤 디올'관계자는 "디자인을 대폭 교체한 이후 매출이 이전에 비해 1백% 늘었다"며 "파우치백의 경우 최근에도 하루에 10개 이상씩 팔려 나가고 있어 프랑스 본사에 2주에 한번씩 재주문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다소 보수적인 디자인의 '루이 비통' 역시 기존의 제품 스타일 외에 젊은층을 위한 제품을 따로 만들어 각 세대의 입맛에 맞는 옷들을 모두 구비한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옷은 20∼30대 위주지만 가방이나 구두는 점잖은 디자인을 고수한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20∼30대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강화하는 것은 이들이 명품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가의 명품을 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뿐 아니라 빚을 내거나 할부로라도 최신 명품을 사고 마는 일명 '명품족'들의 수요도 노리고 있다.

고가의 보석으로 유명한 불가리가 지난해 처음 내놓은 1백만원대의 반지 브랜드 'B.Zero 1'에 20대 남녀들이 열광한 것은 명품을 선호하는 젊은층 수요도 방증한다.

불가리는 이를 계기로 같은 브랜드의 시계 및 의류·가방 등을 잇따라 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20대를 위한 브랜드 '루치아'를 새로 만들었다.

명품 매장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각 백화점도 이들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 입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샤넬 등 고가의 인기 제품뿐 아니라 젊은 취향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데는 기존의 주 고객들이 40대 이상으로 노령화하면서 장년층 위주의 구식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리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른바 '바바리 코트'로 유명한 '버버리'는 최근 전통적인 체크 무늬를 대폭 바꿔 젊은층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버버리를 대표하는 체크를 개선한 산뜻한 색상의 '노바 체크'가 버버리를 외면하던 젊은층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버버리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비키니 수영복·애견용품 등 신세대풍의 제품군을 새로 추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소비자 매출의 40%를 30대가 차지하고 있으며 40대가 30%,50대가 10%정도를 차지한다"며 "명품을 쓰는 부모 아래서 자랐던 20∼30대들이 스스로 명품을 찾으면서 이들을 겨냥한 명품 브랜드들의 변신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구찌 관계자는 "젊은층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분석한다. 지금 당장은 구매력이 적은 계층이지만 이들이 곧 명품의 주 소비층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부터 이들의 필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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