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酒 공모전 여는 국순당 배중호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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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전통주는 우리 민족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문화 유산입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전통주가 있었는데 대부분 자취를 감춰 안타깝습니다."

잊혀져 가는 전통주를 되살리기 위해 이달 10일까지 '아름다운 우리 술을 찾습니다' 공모전을 여는 국순당(www.ksdb.co.kr)의 배중호(49·사진)사장은 전통주 복원의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일제시대를 거치며 단절 위기를 맞은 전통주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우리 전통주는 1907년 일제에 의해 '주세령'이 공포돼 가정에서 술 제조가 금지되면서 자취를 감췄고, 일본식 청주·맥주·양주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의 술 문화는 집에서 술을 빚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가양주(일반 가정에서 빚는 술)'문화입니다. 1907년 당시 일곱 집에 한 집 꼴로 빚었던 가양주가 30년대에는 거의 사라졌지요. 게다가 65년에는 식량난 때문에 쌀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이 시행돼 전통주는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됐어요."

배사장은 "다행히 요즘 전통주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소주·맥주·양주 등에 밀려 많은 전통주들이 사장되고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전통주에 관한 자료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순당은 이번 공모전에서 발굴한 전통주의 제조 방법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뒤 술을 연구하는 기관과 도서관 등에 제공할 계획이다.

배사장은 "이번 행사는 사라져 가는 전통주 제조법을 발굴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자료에 대해 국순당은 일체의 소유권을 갖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응모자가 전통주의 상업화를 원할 경우 국순당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백세주로 잘 알려진 국순당은 96년 41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9백84억원을 기록해 5년만에 24배나 성장했다. 배사장은 국순당을 창업한 배상면 회장의 장남으로, 9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배회장은 지난 5월 경북대 대학원에 전통주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데 써 달라며 국순당 주식 4만2천9백주를 기증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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