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야 농업'작전株'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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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우야(歐亞)농업의 대주주인 양빈(楊斌)이 홍콩 증시를 갖고 놀았다."

북한 신의주 특구의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의 행적을 놓고 홍콩 언론들과 증시 전문가들이 내린 잠정 결론이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3일 경제섹션 1면 전면에 걸쳐 양빈과 어우야 농업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쳤다.

◇주가조작 의혹=어우야 농업은 지난 4월 2001년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액은 11억1백만위안으로 전년보다 65% 늘었고 순이익은 무려 1백73% 증가한 5억2천1백만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우야는 배당금 지급을 위해 홍콩에서 1억1천8백만홍콩달러의 브리지론(단기대출)을 받았다. 홍콩 증시에선 "무언가 이상하다"는 의문과 함께 자금악화설·회계장부 조작설이 흘러나왔다.

지난달 2002년도 상반기 영업실적이 발표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발표 직전 급등했던 주가가 공시 직후 급락하는 전형적인 '내부정보 유출'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거짓 공시=홍콩 증권당국은 지난달 중순 세번에 걸쳐 어우야 농업측에 천쥔(陳軍)행정총재가 유임 상태인지 물었다. 증시에서 "陳이 사퇴했다"는 소문이 돌자 공시를 요구한 것이다. 그때마다 어우야 측은 "유임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陳행정총재는 지난달 12일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돼 어우야 측은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지난달 18일 홍콩 증권당국이 어우야 농업의 주식거래를 정지시킨 직접적인 이유다. 이에 대해 어우야 측은 "지난달 18일에야 이사회에서 사표가 수리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언행 불일치=楊장관이 중국 선양(瀋陽)에 테마파크인 '네덜란드촌(荷蘭村)'을 건설하면서 지난해 말 홍콩에선 "개인사업으로 추진되는 허란춘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楊회장이 어우야 주식을 매각할 것" 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 회사 지분의 72%를 갖고 있던 楊장관은 즉각 "어우야의 사업 전망이 밝기 때문에 결코 팔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주가가 비교적 좋았던 지난 8월 홍콩·마카오의 사업가에게 지분 18%(약 3억주)를, 지난달 하순엔 일반투자자에게 2.4%(약 4천만주)를 각각 매각했다. 대주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어우야 주가는 0.38홍콩달러까지 곤두박질했다.

◇놀아난 증권사=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楊회장과 어우야 농업의 '작전'에 본의 아니게 협조한 꼴이 됐다.

모건 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매수'의견을 냈다.

도이체 방크 애널리스트는 8월 중순 어우야를 둘러싼 악성 루머가 돌자 선양을 현지 조사한 뒤 목표 주가를 4.05홍콩달러로 오히려 높여 잡았다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보도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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