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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보좌인력 대폭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1분의1 수준.

미국 하원의원과 비교한 한국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평균비율이다.

15대 국회 4년 동안 의원들이 직접 입안한 법안 수는 6백15건. 재적의원 2백99명으로 나누면 1인당 1년 평균 법안제출 건수가 0.5건에 불과하다. 15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가졌던 3백31명(재·보선 당선자 및 전국구 의원직 승계자 포함) 중 단 한 건도 법안을 제출하지 않은 '입법 외면' 의원도 전체의 39.5%인 1백31명에 달한다. 반면 미 의회 1백5대 회기(97∼98년) 중 하원에 제출된 법안은 모두 4천8백64건으로 의원 1인당 1년 평균 법안제출 건수가 5.5건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의원들의 낮은 '입법 의욕'이다. 입법을 한다고 다음 선거가 쉬워지는 것도,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회 보좌인력의 규모와 질 차이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 의원들의 유급비서는 6명이다. 15대 국회까지만 해도 5명이었지만 16대부터 의원 1인당 1명씩의 입법보좌관(4급)이 증원됐다. 입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이 6명 중 2명은 서울과 지방의 운전기사, 나머지 4명 중 2명은 여비서와 심부름 전담에 활용한다. 여기에 상당수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보좌관 중 1명을 지구당에 근무토록 하고 있다. 지역구민의 민원해결 등 지구당 관리용이다. 그렇다 보니 의원 친인척을 입법보좌관으로 임명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비해 미 하원의원은 1인당 20명 안팎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다. 의원마다 연 56만8천여달러의 비서 고용 수당을 받아 최고 18명의 상근비서와 4명의 비상근 임시비서를 고용한다. 지역구가 넓은 상원의원은 인구수에 따라 수당이 차등지급되는데 60∼70명의 보좌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상·하원 상임위에는 2천명 가량의 별도 보좌진이 있다. 또 의회 직속 의회조사국(CRS)이 충실한 의회의 백과사전 역할을 한다. 7백여명의 직원 중 3백여명의 각분야 전문가들이 의원의 질문과 자문에 언제든지 응하고 사안마다 필요한 정책건의나 참고자료를 내놓는다. 직원 3천여명의 회계검사원이 의원들을 별도 보좌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의원보좌 인력을 모두 합치면 2만명을 훨씬 웃돈다.

우리는 의원들의 법안 작성을 돕기 위해 1994년 국회에 법제예산실(49명)을 만들었지만 15대 국회 4년 동안 한번이라도 이를 이용한 의원은 1백75명에 불과하다. 국회 상임위 입법지원 인력은 1백46명 수준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실질적 입법활동 지원을 위해선 대대적이고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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