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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美 말레이시아 부총리 공항서 과잉 몸수색 '수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국은 반(反)이슬람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

모하마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1일 이슬람 국가에 대한 미국의 대 테러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미국을 공식 방문하던 중 공항에서 신발과 벨트까지 벗고 보안검색을 받는 수모를 당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압둘라 아흐마드 바다위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지난달 16일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을 당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일 보도했다.

마하티르 총리의 후계자로 내년 10월 총리 자리를 이어받을 예정인 압둘라 부총리는 당시 외교관 여권과 정부대표 특별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공항에 있던 다른 이슬람계 방문객들과 똑같이 몸수색을 당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에 대해 "기분이 상했다"고 말하며 "극히 일부의 행위 때문에 이슬람 세계 전체가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가"라고 미국 측을 비난했다. 말레이시아 국회의원들도 "미국의 지도자나 귀빈이 말레이시아에 오면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미 이민귀화국(INS)은 최근 말레이시아·이란·이라크 등 일부 이슬람권 국민의 미국 입국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에 들어온 이들 국가 국민에 대해서는 사진을 찍고 지문을 채취해 이를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범죄자들과 비교하는 보안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영화 '체리 향기'로 1997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뉴욕영화제에 초청됐으나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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