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성원건설 채무 4천여억 탕감 특혜" '김홍업·이형택씨 압력'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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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0년 화의절차가 진행 중인 성원건설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이날 증인석에는 당시 예보 전무였던 이형택(李亨澤)씨, 대한종금 파산관재인이었던 이강록(李康綠)예보 부장, 성원건설의 전윤수(田潤洙)회장, 서울지법 파산부 판사였던 이완식(李完植)변호사 등이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대한종금이 성원건설의 채무를 탕감해준 것은 김홍업(金弘業)·이형택씨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보 직원으로서 퇴출된 대한종금의 관리를 맡고 있던 이강록씨에게 이형택씨가 채무탕감을 지시했으며 이강록씨는 이 지시를 받고 성원건설의 채무 4천2백70억원을 깎아줬다는 것이다.

증인 신문에서 이강록씨는 "李전전무가 전화로 식사나 하자고 해서 나갔더니 김홍업·전윤수씨 등이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李전전무가 田회장을 소개하면서 봐줄 수 있으면 잘 봐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李전전무는 "성원건설에 대해 잘 봐주라는 얘기를 이강록씨에게 한 것 같지만 채무탕감을 해주라는 뜻은 아니었다"며 "채무탕감에 압력을 행사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무가 부하직원에게 봐주라고 얘기하면 그게 압력 아니냐"고 따졌다.

이들은 또 "성원건설이 김홍업씨에게 뇌물을 전달했으며 그 결과 김홍업씨가 성원건설의 채무조정을 도와주게 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윤수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화의 동의를 받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13억원을 홍업씨 측근에게 전달하긴 했지만 채무조정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청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무탕감의 근거자료가 된 안진회계법인의 성원건설에 대한 실사 보고서도 도마에 올랐다. 안택수(安澤秀·한나라당)의원은 "성원건설의 청산가치를 평가한 안진의 보고서는 엉터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형택씨 등에게서 압력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생명과 관련, 安의원은 "대생을 금융기관 인수자격이 없는 한화그룹에 매각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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