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양시의 비정상적 인사, ‘전공노의 보복’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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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안양시의 인사 후유증이 심각하다. 현역 부시장이 인사권자인 민선 시장을 정면 비판하고, 자신은 도(道) 전출을 신청했다. 민선 5기로 선출된 민주당 소속 최대호 시장이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징계를 담당했던 감사실장과 조사팀장을 사실상 좌천시켰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방공무원 인사관리규정상 꼭 거쳐야 하는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전격적으로 발령을 냈다고 한다. 더욱 문제는 이 과정에 지난해 시국대회와 관련해 파면된 전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들의 ‘입김’이 개입됐다는 의혹이다.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직이 무슨 전리품(戰利品)도 아니고, 밉다고 마음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자리바꿈할 사사로운 자리가 아니다.

‘입김’의 의혹을 받고 있는 손영태 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안양시 7급 공무원 출신이다. 지난해 공무원법 위반으로 파면된 이후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 4당의 지지를 받아 무소속 안양시장 후보로 나섰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최 시장을 지지하며 사퇴했고, 최 시장은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약속했다. 최 시장이 당선되자 손씨는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 됐다. 전말(顚末)이 이러니 손씨의 파면 절차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좌천(左遷)에 ‘살생부(殺生簿)가 현실화하는 것’이라며 뒷말이 무성한 것이다.

물론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그것도 규정에 따르고 절차를 지켰을 때 얘기다. 보임한 지 1년 이내 공무원의 전보 제한 규정도 어기고, 인사위원장인 부시장은 깜깜히 모른 채 허수아비가 된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그러니 손씨에 대한 답례 차원의 ‘손보기 인사’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 아닌가. 더구나 공직자의 적법하고 규정에 따른 직무수행이 ‘손보기 인사’의 대상이 된다면 행정체계는 뿌리부터 무너질 수 있다. 그저 눈치보기만 횡행할 것이며, 보복인사의 쳇바퀴는 4년마다 주기적으로 되풀이될 게 뻔하다. 이래서야 행정의 연속성은커녕 본인의 경륜을 펴기도 힘들게 된다. 시민들이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이제라도 풀고 다시 끼우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