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특구 개발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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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의주 특구에 대해 중국 정부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이 특구 설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홍콩의 중국 전문가들은 이를 두가지로 분석한다.우선 중국 정부는 동북(東北) 3성(黑龍江·吉林·遼寧)개발에 투자할 돈도 부족한데 신의주 특구에 쏟아부을 자금이 어디 있느냐는 불만을 갖고 있다.북한이 중국 정부를 제치고 민간기업 어우야 그룹의 양빈 회장과 손을 잡은 점도 중국정부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

◇특구개발 둘러싼 갈등=중국 정부는 신의주 특구 개발안을 내심 반대하는 기색이다.신의주 특구로 돈이 쏠리게 되면 경제개발이 뒤처진 동북 3성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이 지역은 수백만명에 이르는 실업자 때문에 정치·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다.

백지 상태인 신의주의 인프라를 개발하는데 최소한 20억∼3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홍콩의 외교소식통은 "양빈 행정장관이 외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자금조달 부담의 상당부분은 중국 정부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경 관리도 골칫거리다.신의주가 특구로 개발될 경우 중국과 신의주를 넘나드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이 경우 탈북자 등 불법 월경(越境)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태도도 변수=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북한이 신의주 특구안을 놓고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대실패(Blunder)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중국 언론의 침묵에 대해 "평양 당국이 특구 개발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중국 측과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측이 은연중 중국 측의 주권을 무시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홍콩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신의주에 들어가려면 단둥을 거쳐야 되기 때문에 중국의 양해가 필요하다"며 "그런데도 북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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