楊斌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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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의주 특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상당 부분 북한이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양빈(楊斌)의 언행 불일치와 그에 대한 불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양빈이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후 발표된 구상들은 '파격'과 '충격'이라 할 만큼 급진적이고 개방적인 내용들이었다.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특구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며 대담한 특구 구상은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고, 북한 개방의 본격화 신호로 볼 만했다.

하지만 양빈의 발언은 시간이 흐르면서 신뢰성에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신의주를 무비자 지대화하겠다는 발언만 해도 그렇다. 중국과의 조율이 끝나지 않아 발효 시점을 1일에서 8일로 연기한다는 발언은 이해한다 해도 8일 이전에는 자신이 비자를 발급해 북한 입국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던 발언이 뒤집어진 것은 신뢰의 문제다.

특히 양빈이 "한국인은 외국인이 아니다"며 취재기자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한국인에게도 특구를 개방한다는 원칙이 처음부터 깨져버렸다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또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 기자들도 북한 당국에 의해 신의주 입국이 거부돼 특구 행정장관이 발행한 공식 서류의 효력이 부정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니 양빈의 권위와 신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양빈에 대한 보도를 의도적으로 작게 취급하거나 아예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홍콩 언론들은 신의주 특구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식의 흠집내기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신의주 특구에 대해 초반부터 불신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좀더 시간과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양빈의 축재과정과 신분·권한 등을 둘러싼 의혹들은 신의주 특구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온당하다. 자본은 불안한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양빈과 북한 당국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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