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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성으로 출발...이야기 힘 더해 만화 중심에 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77호 20면

웹툰은 인터넷을 가리키는 웹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을 결합한 말이다. 요즘이야 인터넷 연재만화를 이르는 말로 흔히 쓰이지만, 웹툰이 처음 등장한 10여 년 전에는 물론 없었던 단어다. 초창기 웹툰은 지금과는 성격이 좀 달랐다. 작가가 고료를 받고 연재하는 작품이 아니라 네티즌이나 신인의 자발적 창작물에 가까웠다. 이전까지 만화가가 된다는 것은 공모전 수상,잡지 데뷔 등을 거쳐야 가능했다.

이런 관문이 인터넷에는 필요 없었다. 개인홈페이지·카페·블로그 등 어디든 스스로 만화를 발표하고, 또 인기를 끌면 그것이 곧 만화가가 되는 길인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게 등장한 웹툰은 기존의 인쇄만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감성으로 네티즌들을 사로잡았다. 단행본 출간 등 인터넷 밖으로도 영향력을 넓혔다. 소소한 일상을 표현한 ‘스노우캣’은 ‘귀차니즘’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두 남녀 파페와 포포의 연애를 그린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단행본이 100만 부 넘게 팔려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모두 홈페이지 등 개인적 연재로 시작한 작품이다. 이를 비롯한 초창기 웹툰은 젊은 세대의 개인적 감수성에 초점 맞추거나 아포리즘 성격의 짧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형식이 많았다. 그래서 ‘감성툰’ ‘에세이툰’ 같은 또 다른 신조어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엽기코드를 비롯해 촌철살인의 유머를 구사하는 웹툰도 여럿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웹툰의 세계는 강풀이라는 빼어난 작가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 강풀은 스크롤의 묘미를 살려 정서적 여백을 표현하거나 반전의 효과를 내는 등 인터넷의 특성을 살린 기법을 솜씨 있게 구사했다. 이와 동시에 장편의 완결성을 지닌 ‘순정만화’ 같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웹툰의 지평을 넓혔다. 미스터리물이면서도 휴머니즘 성향이 강한 ‘아파트’나 ‘타이밍’,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대범한 상상력으로 재조명한 ‘26년’ 등 여러 장편으로 강풀은 웹툰시대의 대표작가로 자리를 굳혔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연이지만, 강풀이 처음부터 인터넷을 겨냥한 건 아니다.

그가 개인홈페이지에 처음 만화를 발표하게 된 것은 만화잡지의 문을 숱하게 두드렸다가 번번이 거절당한 결과다. 반대로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이끼’의 윤태호 등 인쇄매체에서 활동하던 작가들도 인터넷으로 장편을 발표하면서 웹툰에 힘을 더했다.

웹툰이 처음 등장할 당시와 비교하면 만화계의 무게 중심은 완연히 달라졌다. 신작 발표의 주무대였던 만화잡지는 크게 위축된 반면 인터넷에는 포털을 중심으로 다종다양한 장르에서 수십 편의 만화를 볼 수 있는 만화백화점이 형성돼 있다. 돌아보면 만화와 인터넷의 만남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인쇄만화를 스캔한 파일은 대중음악·영화 파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불법복제·유통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의 편리함과 웹툰이 개발해온 새로운 표현력·이야기가 결합하면서 인터넷은 만화를 접하는 주요한 무대로 자리를 잡았다. 서울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프로그램 디렉터 박성식씨는 “아직까지는 과도기”라고 지적했다. “짧은 웹툰에 이어 장편극화가 인기를 끄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낮은 고료, 클릭수 위주의 평가 등으로 신인 작가들의 활동이 후속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비롯해 개선될 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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