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화·이성희 체급 맞바꿔 남북 메달사냥 '윈-윈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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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남북한 여자역도의 간판스타 임정화(15·대구 서부공고)와 이성희(23)가 서로 체급을 맞바꿔 메달 사냥에 나선다.

북한의 이성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역도 58㎏급 은메달리스트로 지난해 중국 쑨카이얀(28)이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용상 세계기록 보유자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북한 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겨줄 확실한 후보로 꼽혀 왔다.

한국의 임정화는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19세 이하)에서 2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 각각 53, 58㎏급에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기대주다.

그런데 이성희 앞에 중국의 조우얀(18)이라는 걸림돌이 등장했다. 조우얀은 주니어 선수지만 지난해 이 체급 용상에서 세계기록(1백33㎏·쑨카이얀)에 불과 0.5㎏ 뒤지는 세계주니어 기록(1백32.5㎏)을 세웠고, 결국 쑨카이얀을 제치고 이번 대회의 출전권을 따냈다. 조우얀은 28일 신청 중량을 제출할 때 합계 2백35㎏을 적어냈다. 이는 쑨카이얀의 세계기록(합계 2백37.5㎏)에 불과 2.5㎏ 뒤지는 것이다.

이성희의 금메달 획득을 자신하던 북한 선수단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 북한은 조우얀을 피해 이성희를 53㎏급에 출전시키기로 했다. 중국·인도네시아·대만 등 53㎏급에도 강자들은 있지만, 상대의 기량을 분석해볼 때 58㎏급보다는 53㎏급에서 금메달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성희가 '금'을 찾아 체급을 내린 반면, 임정화는 확실한 '메달'을 위해 체급을 올렸다. 임정화는 당초 자신의 주력 체급인 53㎏급에 출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경쟁자들이 몰린 53㎏급보다는 이성희마저 떠난 58㎏급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비록 금메달은 어렵더라도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낼 확률은 더 높다고 본 것이다. 체중 감량의 부담이 적다는 이점도 작용했다.

임정화는 합계 2백㎏을 신청해 조우얀과 인도네시아(2백15㎏)·대만(2백㎏)선수에 이어 신청 중량에서는 네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대만 선수의 지난해 최고기록이 각각 1백90㎏, 1백95㎏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58㎏급에서 임정화의 공식기록은 합계 2백㎏이다. 이성희의 53㎏급은 10월 1일, 임정화의 58㎏급은 2일 경기를 갖는다.

부산=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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