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또 전국 전포망…금융대전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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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 차타드 은행(SCB)의 제일은행 인수에 대해 국내 금융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CB가 지난달 초까지도 제일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데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HSBC를 제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 SCB의 막판 뒤집기=SCB가 제일은행을 전격적으로 인수한 데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금융계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SCB가 제일은행 인수 협상에 등장해 매각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단독 후보로 알려졌던 HSBC는 막판까지 가격을 놓고 뉴브리지 캐피털과 승강이를 벌였다.

진통 끝에 지난해 말 주당 1만3000원 선을 제시했으나 뉴브리지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했고, 정부도 헐값 시비를 우려해 난색을 표했다.

이렇게 HSBC의 '카드'가 공개되자 잠잠히 있던 SCB가 돌연 뛰어들었다. HSBC가 제시했다는 가격보다 27%나 높은 주당 1만6511원을 제시했고, 인수 대금도 전액 원화로 결제키로 했다.

◆ 제일은행 매각 손익은=뉴브리지는 99년 5000억원을 들여 주당 5000원에 제일은행 지분 48.56%를 인수했다. 이번 제일은행 매각 가격은 3조4000억원으로 이중 뉴브리지 지분의 값은 1조6500억원에 이른다. 뉴브리지는 5년 만에 1조1500억원의 매각 차액을 챙기게 된 것이다.

제일은행 지분 51.44%(예금보험공사 48.49%, 재정경제부 2.95%)를 보유한 정부가 SCB에서 받을 돈은 1조7500억원. 정부는 뉴브리지에 제일은행을 팔 때 뉴브리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같은 조건으로 정부 지분도 함께 팔기로 했었다.

정부가 그동안 제일은행에 부실채권 매입 등의 형태로 투입한 공적자금은 17조6532억원이며, 현재까지 자산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10조1549억원이다. 따라서 이번에 1조7500억원을 회수한다고 해도 5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됐다.

◆ 세계적 은행들의 격돌=SCB의 제일은행 인수로 국내 금융시장은 세계적인 은행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68년 한국에 진출한 SCB는 404개에 이르는 제일은행 점포를 인수함으로써 본격적인 소매금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세계 1위 은행인 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 1일 한미은행을 통합해 전국에 238개의 점포를 확보했다. 금융계에서는 HSBC가 오는 11월부터 매각이 가능한 외환은행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SCB)의 제일은행 인수에 대해 국내 금융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CB가 지난달 초까지도 제일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데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HSBC를 제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 SCB의 막판 뒤집기=SCB가 제일은행을 전격적으로 인수한 데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금융계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SCB가 제일은행 인수 협상에 등장해 매각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단독 후보로 알려졌던 HSBC는 막판까지 가격을 놓고 뉴브리지 캐피털과 승강이를 벌였다.

진통 끝에 지난해 말 주당 1만3000원 선을 제시했으나 뉴브리지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했고, 정부도 헐값 시비를 우려해 난색을 표했다.

이렇게 HSBC의 '카드'가 공개되자 잠잠히 있던 SCB가 돌연 뛰어들었다. HSBC가 제시했다는 가격보다 27%나 높은 주당 1만6511원을 제시했고, 인수 대금도 전액 원화로 결제키로 했다.

◆ 제일은행 매각 손익은=뉴브리지는 99년 5000억원을 들여 주당 5000원에 제일은행 지분 48.56%를 인수했다. 이번 제일은행 매각 가격은 3조4000억원으로 이중 뉴브리지 지분의 값은 1조6500억원에 이른다. 뉴브리지는 5년 만에 1조1500억원의 매각 차액을 챙기게 된 것이다.

제일은행 지분 51.44%(예금보험공사 48.49%, 재정경제부 2.95%)를 보유한 정부가 SCB에서 받을 돈은 1조7500억원. 정부는 뉴브리지에 제일은행을 팔 때 뉴브리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같은 조건으로 정부 지분도 함께 팔기로 했었다.

정부가 그동안 제일은행에 부실채권 매입 등의 형태로 투입한 공적자금은 17조6532억원이며, 현재까지 자산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10조1549억원이다. 따라서 이번에 1조7500억원을 회수한다고 해도 5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됐다.

◆ 세계적 은행들의 격돌=SCB의 제일은행 인수로 국내 금융시장은 세계적인 은행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68년 한국에 진출한 SCB는 404개에 이르는 제일은행 점포를 인수함으로써 본격적인 소매금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세계 1위 은행인 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 1일 한미은행을 통합해 전국에 238개의 점포를 확보했다. 금융계에서는 HSBC가 오는 11월부터 매각이 가능한 외환은행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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