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資 안심시켜 투자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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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6일 공개된 신의주 특별 행정구 기본법 전문은 특구 개발·운영의 기본틀이란 점에서 꼼꼼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구라는 '소공화국'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은 기존 북한 법률의 한계를 과감히 깨뜨려 개방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체제 위해 요소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파업 자유 첫 명문화=입법·행정·사법권을 별도로 부여하고 50년간 자치가 이뤄질 신의주 특구 기본법의 핵심은 제2장 '경제' 항목에 담겨 있다.

2052년까지로 돼 있는 토지 임대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 소유의 재산을 보호하며 상속권까지 인정토록 한 점 등은 외국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토록 하려는 조치다.

자체적인 화폐금융 정책을 허용하고 외화의 무제한 반출입과 특혜적인 세금 제도를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16세 미만의 노동을 금지하고, 하루 8시간(주 48시간) 노동을 규정해 국제 기준도 신경을 썼다.

기본법이 1998년 9월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의 67조가 규정하고 있는 '언론·출판·집회·시위·결사'에다 파업의 자유까지 추가한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하지만 북한은 ▶토지와 자연부원의 침해 불허(12조)▶위해산업의 투자금지(29조)▶통일을 저해하는 문예활동 금지(36조)와 함께 '종교를 사회질서를 해치는 데 사용할 수 없다'(46조)고 강조함으로써 체제 개방에 따른 부담감도 드러냈다. 학교 교육 중 사회 과목은 공화국 해당 기관과 협의토록 한 것도 그렇다.

북한 헌법이 체제 수호와 관련, '적대분자들의 파괴 책동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반면 특구 기본법은 전쟁·무장 반란 같은 사유 발생시 비상사태를 선포(11조)하고 북한의 법규를 적용토록 규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양빈 장관에게 막강 권한=행정구 초대 장관인 양빈(楊斌)은 기업 창설 심의는 물론 특구내 검찰소장·경찰국장, 그리고 행정부와 검경의 주요 간부에 대한 임면권을 부여받았다.

법률상으로 북한 당국은 신의주에 북측 인원을 파견·주재시키려 할 때 楊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구 개방·운영의 전권이 사실상 양빈에게 주어졌음을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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