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가 문화재도 먹어치운다>해인사 '판전 50m앞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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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국보 32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경남 합천군) 바로 근처 숲에 목재를 갉아먹는 흰개미가 떼지어 살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팔만대장경 등 목조 문화재에 대한 보호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밀양대 박현철(朴賢哲·식물자원학과) 교수와 9월 중순 해인사 부근 숲을 탐사, 선방인 사운당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서 흰개미들이 죽은 나무와 버린 목재를 파먹고 있는 것을 찾아냈다.

흰개미 무리를 조사한 朴교수는 "알집 등으로 볼 때 독립된 두개의 무리가 이곳에 있으며, 각각은 수만 마리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대장경판전(국보 52호) 뒤편으로 50m 쯤 떨어진 숲에서는 흰개미가 파먹은 목재에 다른 종류의 개미가 집을 짓고 사는 것을 발견했다.

朴교수는 "일반 개미는 목재를 파지 못해 흰개미가 슬고 간 곳에 집을 짓는다"면서 "이 나무를 파먹은 흰개미들이 근처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는 흰개미가 해인사 부근에만 머물고 있지만, 흰개미들은 매년 사는 곳을 수백m까지 옮기는 습성이 있어 내년에는 국보 문화재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朴교수는 "목조 문화재 근처에 통풍 시설을 만들어 습도를 낮추고,흰개미가 뚫고 나올 수 없도록 특수 토양처리를 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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