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외두뇌 70명 ‘베이다이허’로 모신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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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동쪽으로 250㎞ 떨어진 친황다오(秦皇島)시에 속한 베이다이허(北戴河). 보하이(渤海)만 연안에 위치한 이곳은 중국을 이끄는 당정 고위 간부의 여름 피서지 겸 휴양지로 유명하다.

28일 이곳에는 특별한 피서객 70명이 도착했다. 중국 공산당이 ‘천인계획(千人計劃)’에 따라 해외에서 별도로 초빙한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두뇌들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이들을 접견하고 격려했다.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과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뿐 아니라 과학기술부·교육부·인민은행 등 주요 부처의 고위 간부들도 몰려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1주일간 초특급 휴가=70명의 귀빈은 앞으로 1주일가량 이곳에 머물며 초특급 피서를 즐기게 된다. 이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기 위해 43명의 가족도 함께 초대됐다.

칭화(淸華)대 생명과학원 스이궁(施一公) 원장은 생전 처음 베이다이허에서 피서를 하게 됐다. 미국에서 귀국한 그는 올해 새클러 국제생물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두뇌다. 쑤저우(蘇州)에서 아터쓰 태양전력과기공사를 창업한 취샤오화(瞿曉鏵) 사장은 캐나다에서 귀국한 인재다.

이들을 포함해 이번에 초대된 70명은 16개 성(省)의 천인계획 주관 단위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순수 외국 국적자가 43명이나 됐다. 여성 3명, 소수민족 출신 1명도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46세였으며 가장 젊은 전문가는 32세였다. 이들에게는 최고의 대우가 보장된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국가 지도자급이 묵는 둥얼루(東二路)빈관이 숙소로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해변도 배정됐다.

이들은 “해외에선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감격스럽다”며 “배운 지식과 기술을 국가 발전을 위해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이 우수 인재를 베이다이허 피서지로 초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2001년부터 우수 전문가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종전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605명이 여기서 특별한 여름휴가를 즐겼다.

◆중국의 중장기 인재 전략=중국은 집요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취임 첫해인 2003년 중국은 사상 처음 전국인재공작회의를 개최했다. 이때 당 중앙 산하에 설립된 기구가 인재공작소조(팀)다. 당 중앙 조직부에는 인재 유치에 관한 실무를 총괄하는 인재공작국이 설치됐다.

인재공작소조는 2008년 1월 천인계획을 시작했다. 향후 10년간 중국이 전략적으로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금융 등의 분야에서 해외의 우수 두뇌를 수천 명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딴 55세 미만의 전문가들이 선발되면 의무적으로 6개월 이상 중국에 체류하도록 했다. 중국으로 오려는 해외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했다. 일시보조금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지급할 뿐 아니라 주택·의료·교육 등 12가지 혜택을 보장했다.

중국의 전략은 곧바로 먹혀 들었다. 지난해에만 10만여 명의 해외 인재가 귀국했다. 이들 중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825명이 천인계획 대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베이다이허에 초대된 70명도 이들 중 일부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베이다이허=1958년 8월 마오쩌둥(毛澤東)이 이곳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유명해졌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중국의 당정 지도부가 이곳으로 몰려가 피서를 겸해 업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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