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배당 여력 '빵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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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상장사들이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둔 덕에 배당 여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동·혜인·신라교역·삼영무역 등 15곳은 이미 배당수익률이 1백%를 넘는 고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는 12월 결산법인(금융업·관리종목 제외)의 상반기 결산보고서 분석 결과 3백86개사가 21조1천5백81억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갖고 있어 지난 18일 기준으로 이를 모두 현금배당할 경우 이들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10.09%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배당 수익률이 10∼30%인 기업이 1백60개로 가장 많았고, 10% 미만 1백29개, 30∼50% 48개,50∼1백% 34개, 1백% 이상 15개 등이었다.

또 이들 기업이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전액 자사주(보통주 기준) 매입에 사용할 경우 상장 주식의 17.86%(15억6천5백29만주)를 사들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최대 기업으로 상반기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3조7천여억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18일 주가가 33만3천원이어서 6.36%의 배당수익률을 제공하거나 7.35%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또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에선 1조6천9백여억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확보한 한국전력이 추정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취득 가능비율이 각각 13.34%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현대자동차가 9.04%의 추정 배당수익률과 11.74%의 자사주 취득가능비율을 기록했으며, 포스코(각 9.93%)·KT(각 6.68%)·삼성SDI(6.63%,6.87%) 순이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상반기 실적만을 갖고 한 것이어서 12월 결산법인 실적 개선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여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아직 배당에 매우 인색하기 때문에 실제 배당은 이같은 가능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990∼2001년의 국내 기업의 연평균 배당 성향(현금 배당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 1백을 곱해 산출)은 19%로 미국(86%)·일본(64%)과 비교할 때 3분의 1∼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또 연평균 배당수익률이 예금 이자율의 18%에 불과해 미국(52.3%)·영국(54.7%)·일본(44.9%)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한편 상장사 중 올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공시일 기준)은 22일 현재 한국담배인삼공사·녹십자·삼성전자·KT 등 50여곳으로 이들 자사주 기업의 19일 주가는 연초에 비해 평균 16.9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724.95에서 704.12로 2.87% 떨어진 것과 비교할 때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떠받치는 데 큰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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