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댐 웬 사과와 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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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금강산댐(임남댐) 공동조사를 위한 남북한 실무접촉 회의에서 우리 측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해 회의를 결렬시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측의 주장은 억지다. 정부는 북측이 억지를 부리는 배경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 공동조사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북측은 회의에서 "금강산댐은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전제, 남쪽이 댐의 부실공사 및 수공용(水攻用)의 가능성을 제기해 북한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댐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게 판명된다면 북측 주장대로 우리의 그런 문제 제기가 실제로 도를 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쪽이 왜 그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 북측은 더 잘 알 것이다. 국제하천의 공업적 이용은 유역국과의 사전 협의 및 합의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국제관습법이다. 북측은 이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다. 북측은 댐 건설 당시와 그 후에도 우리의 문제 제기를 무시했다. 더군다나 당시 남북관계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상태였다. 댐의 위치와 규모는 수공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댐의 부실 가능성도 그렇다. 북측은, 인공위성사진을 근거로 댐 함몰 부위로 분석한 댐 상부 두 부분에 대해 공사차량용 도로라고 해명했다. 함몰된 곳이 도로라니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북측은 또 조사방법과 관련해 우리 측의 정밀한 공학적 조사 제의에 대해 '단순 참관'(육안조사)을 고집했다. 댐 안전의 이상 유무를 가리자면 과학적 정밀조사는 필수적이다. 안전성 검증을 어떻게 육안조사로 할 수 있나.

북측은 공동조사를 회피할 억지 명분을 댈 것이 아니라 정밀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댐에 가둔 물 일부를 상시 남쪽으로 흘려보내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법상 의무다. 사과와 보상 운운할 게 아니라 국제적 룰을 지키는 게 화해·협력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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