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려되는 공무원 집단 이기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 조합'(노조) 관련법안과 지자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를 놓고 공무원 단체가 보이는 반응은 일반 국민 감정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노조' 대신 '조합'이란 명칭을 쓰고 단체행동권과 협약체결권을 제한하며 3년 유예기간을 둔다는 정부안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는 '노동3권을 모두 보장받는 노조'를 유예기간 없이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활동 중인 이 법외 노조는 정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조합원 7만명이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제 여건상 우리나라도 공무원 노조를 굳이 반대할 명분은 없다. 다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노조가 설립될 경우 집단 이기주의와 정치권 줄서기가 걱정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나가자는 뜻에서 노조 활동의 일부를 제한한 정부안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가 국제사회의 관행을 넘어선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권 보장에 매달리는 것은 과도한 요구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정권 말이다. 공무원 노조 같은 중대 사안을 치밀한 검토없이, 더구나 양측의 시각차가 큰 상황에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서둘러 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경기도와 충남 국감에서 예고됐던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원들의 저지 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지만 공무원 이기주의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례다. 공무원들이 국회 감사를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 지자체 사업비 16조원 중 64%를 차지하는 국고 보조 예산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다만 국가 사무와 지방 사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5분 질문에 4천쪽 자료 준비'같은 낭비적 요소를 없애는 대책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렇듯 공무원들의 집단 행동이 자신들의 지역 또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인상을 주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