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델 "프린터 시장도 먹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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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저재고·저비용을 앞세운 사업모델의 성공으로 지난해 3백10억달러(약 38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PC업계의 확고부동한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델 컴퓨터가 프린터와 네트워킹 장비를 비롯한 종합IT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7일 델 컴퓨터가 '델'브랜드가 붙은 프린터를 생산하고 지난해 출시한 네트워킹장비의 생산라인을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델이 앞으로 5년 안에 현재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서버·스토리지(대용량 저장장치)·주변기기 등의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연 매출액을 지난해의 2배인 6백20억달러로 늘릴 목표도 세웠다고 전했다.

스토리지사업을 위해 델은 최근 이 분야의 1위 업체인 EMC와 공동 브랜드 제품 생산에 합의했다.델측은 하드웨어를 공급하고 EMC측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델이 이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한다는 것. 델은 이와 함께 올해 말에는 핸드헬드(휴대용 소형)컴퓨터를 출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FT는 델이 스토리지와 핸드헬드 컴퓨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휼렛 패커드(hp)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린터사업과 시스코 시스템스가 제패하고 있는 네트워킹사업에 진출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델의 간부들도 프린터사업에서 이익을 내는데 몇년은 걸린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델의 프린터사업 진출이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그러나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사진)은 이같은 확대전략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10년 가까이 '40대 이하 갑부기업인 1위'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37세의 델 회장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경쟁업체보다 값싼 프린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델의 이런 주장이 허풍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18년전 의대를 중퇴하고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직접판매 기법으로 PC업계의 신화를 이뤄낸 그의 이력 때문이다. 델은 당시로서는 혁명적 발상인 중간 유통과정의 생략, 소비자의 직접주문을 통한 판매방식으로 PC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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