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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드·화이트'등 DVD 시리즈 추석선물로도 제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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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추석 선물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전집류처럼 하드 케이스에 담긴 DVD 세트가 많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굳이 포장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던한 디자인의 박스 세트에 리본만 두르면 될 것 같다. 상대의 영화 취향을 고려한 작품을 안내해 본다.

가을을 몹시 타는 연인이나 섬세하고 사색적인 유럽 영화를 즐겨 보는 이에게는 크쥐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블루''레드''화이트' 세트(파라엔)를 권한다.

자유·평등·박애를 주제로 한 이 삼색 시리즈는 유럽 통합을 염두에 둔 폴란드 거장의 야심작. 색채를 중시한 영화답게 영상미를 잘 살려냈고, 츠비그뉴 프라이즈너의 음악도 실내를 은은하게 감싼다.

청색·적색·백색 디스크에 담긴 각각의 영화 부록에는 주연 여배우인 쥘리에트 비노슈·줄리 델피·이렌느 야곱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영화 주제, 캐릭터 만들기, 감독과 공연 배우의 호흡 등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여배우들의 인터뷰가 영화 못지 않게 지적이다.

감독과 스태프의 인터뷰를 요약한 책자까지 곁들여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을 받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사랑을 배워가는 연인 사이, 영어를 배우겠다는 의욕이 넘치는 대학생에게는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물 '프렌즈'(워너)가 좋겠다.

특히 넉장의 디스크에 담긴 시리즈1을 권하는데, 인기 스타가 된 주연 배우 여섯명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고, 꽤 복잡해진 이들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부록에는 주요 게스트 등장 장면·퀴즈 등이 담겨 있다.

수준있는 영화만 본다고 자부하는 이에게는 '우디 앨런 박스 세트'(워너)만큼 만족스런 선물도 없을 듯. '안경 낀 채플린'으로 불리는 앨런의 작품은 국내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것으로도 유명해, 박스 세트에 담긴 다섯편은 국내 첫 소개나 다름 없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우디 앨런의 슬리퍼''한나와 그 자매들''맨해튼''애니 홀' 모두 앨런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다. 부록은 기대할 것이 없지만, 그의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

우리 안방극장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TV 시리즈물 '뿌리'(워너)는 나이 든 어른들께서 반기지 않을까. 시리즈물이라 내용이 워낙 긴 데다 출연 배우의 코멘터리나 뿌리의 가계도 등 스페셜 피처의 내용도 방대해 모두 확인하려면 추석 연휴를 꼬박 할애해도 모자랄 정도다. 조상의 뿌리를 찾고자 했던 원작자 앨릭스 헤일리의 집념, 연출자인 마빈 촘스키와 존 얼만이 제대로 된 TV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흔적 등이 그대로 전해져 세월을 뛰어넘는 감동에 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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