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 미적대면 직접 나설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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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하면 미국이 나설 것"이라며 유엔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공격에 대비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대(對)이라크 공격의 전초기지가 될 카타르에서는 미군 대형 수송기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미군의 공격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유엔이 못하면 미국이 나선다"=부시 대통령은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수주간의 시한을 못박아 이라크의 행동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요구한 데 이어 14일 "유엔이 적절한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21세기 들어 최악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유엔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이 역할에 실수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유엔이 평화유지기구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가 이번에 판가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딕 체니 부통령도 CNN 방송에서 "단순히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을 다시 받아들인다고 해서 미국을 만족시키진 못할 것"이라며 "근본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준비 가속화=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5일 "영국군이 이날부터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 군항 등에서 대규모 병참훈련을 벌이며, 다음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모자브 사막에서 1천여명의 영국 해병대·특수부대원들이 미 해병대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작전명 '블랙호스'인 이 사막훈련은 이라크 현지 여건과 유사한 지형에서 모의 전투를 가짐으로써 영국군의 사막 전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영국의 육·해·공군 장교 30여명으로 구성된 선발대가 이라크 공격 전방사령부가 설치될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기지에 합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카타르 현지인들은 "지난 수일간 도하 국제공항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대형 미군 수송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말한 것으로 외신들이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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