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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있는 유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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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자동차의 색상이 통통 튄다.

르노삼성은 이달 초 SM3를 시판하면서 물빛색(하늘색)·오렌지색·진초록색·와인색(자주색)을 선보였다. 대우차는 다음달 내놓을 1천5백㏄ J-200(프로젝트명)의 색상을 블루 코발트(옅은 남색)·옅은 녹색 등 11가지로 정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차 색깔은 흰색·검은색·은색 등 무채색을 기본으로 7가지 정도의 점잖은 색이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10가지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노란색·녹색·금색 등 다양한 색상이 고객을 끌고 있다.

대우차 김정철 컬러팀장은 "이탈리아 란시아의 경우 기본색상이 12개이나 3백달러를 내면 1백개 색상 가운데 하나를 골라 차를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색상이 많아지는 것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차량의 특성에 맞게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른바 테마색을 창조하는 것이다.

◇색마다 '컬러'가 있다=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산 승용차의 대부분은 검은색이었다. 차가 위엄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특히 관용차는 검정 일색이었다. 지금도 체면을 중시하는 차량 소유자들은 검은색을 선호한다. 흰색은 여성들이 좋아한다. 차가 실제보다 커 보이고, 차체가 더러워지거나 흠집이 생겨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은색은 검정색·흰색과 함께 무난한 색으로 꼽힌다.

르노삼성 SM3와 현대 2003년형 투스카니에 쓰이는 오렌지색은 '히딩크 마케팅'의 산물이다.

오렌지색은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모국인 네덜란드 상징색이다. 2003년형 투스카니에는 '야누스 실버' 색상이 추가됐다. 은색이지만 보는 각도와 빛의 세기에 따라 붉은 보라빛과 비취색으로 보이도록 했다. 변화를 좋아하는 젊은층을 겨냥해 내놓았다. 카멜레온처럼 여러 색으로 변하는 야누스색은 포드 무스탕 코브라, 닛산 프리메라, 도요타 펀카고 등에서 쓰인다.

◇어느 색이 잘 팔리나=소형차는 흰색, 중형차는 은색,대형차는 검은색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판매된 차 가운데 소형차 베르나는 56.3%가, 준중형인 아반떼XD는 66.3%가 흰색이었다. 투스카니(39.7%)·EF쏘나타(54.8%) 등 중형차에서는 은색이 수위를 차지했다. 그랜저XG(62.5%)·에쿠스(77.0%) 등 대형차는 검은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에는 차체 아래와 위의 색깔을 달리 하는 투톤(two-tone) 차량이 늘고 있다.

대우차도 비슷해 경차인 마티즈(41.3%)와 소형차인 칼로스(40.9%)에서는 흰색이 많이 팔렸으나 중형인 매그너스는 은색이 41.9%를 차지했다.

회색·파란색·빨간색 계통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경차 가운데 빨간색이 많이 보이지만 마티즈의 경우 진홍색이 17.4%에 불과하다.

현대차 디자인연구소 조성우 컬러팀장은 "98년 대형차 그랜저XG가 시판 당시 베이지색이 검은색을 누르고, 지난해 스포츠카 투스카니의 테마색으로 꼽은 노란색보다 무난한 색이 잘 팔리는 등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많이 팔리는 색에 밝은 터치를 주는 전략이 최근 경향"이라고 말했다.

◇색깔 선정에 신중을=차를 살 때 누가 운전할 것인지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대형차라도 검은색이면 운전기사가 모는 차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색깔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난다. 현대 투스카니의 야누스 실버를 선택하려면 43만원을 더 내야 한다. 대우 매그너스도 진주색에 반짝이를 넣으면 10만원이 추가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색에 따라 3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일부 색상은 차를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는다.

강남자동차 매매시장 윤경덕 차장은 "중고차로 팔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무난한 색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중반까지 인기를 끌었던 진회색(쥐색)은 최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색을 선택할 때 2~3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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