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군부대 장병에 책 14만권 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책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비법이 숨어 있지요. 장병들에게 진정한 위문품은 정신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이지요."

산간 오지의 군 부대 장병들에게 책 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는 '지식 전령사'권재열(權在烈·58·법명 道圓)원불교 교무.

그는 장병들의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오늘도 바쁘다.

權씨는 지금까지 경기도 파주 전진부대 등 1백여 부대에 14만여 권을 보냈다. 책은 교양서적에서부터 소설·월간지·시집·컴퓨터 등 전문서적과 만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전역 후 교사가 되고 싶은 장병들을 위해 초·중·고교 교과서를 보내고 있다. 비디오 테이프를 보내달라는 곳도 많아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테이프를 2만여개 보냈다.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權씨가 책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9년 초.

"개성이 강한 신세대들이 입대하면서 병영 풍속도가 개인생활 위주로 바뀌었으나 장병들이 여가를 활용할 마땅한 거리가 없다"는 국방대 박영기 교수의 얘기를 듣고 책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朴교수는 그의 고교 동창이다.

그는 친구 등에게 이 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서재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모았으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전국 2백여 곳의 원불교 교당 조직망을 활용해 책을 많이 모았다.

그는 99년 말 3만여 권을 군 부대에 보냄으로써 책 보내기 운동의 물꼬를 텄다. 그 이듬해 3월 權씨와 교수·출판사 관계자 등 열두 명은 '은혜의 책 보내기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본부장직은 權씨가 맡았다. ㈜학술정보 출판사는 곧 3억원 상당의 책 6만여 권을 기증했다.

책을 받은 군 부대 25곳은 '통일 도서실'을 만들어 장병들에게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權씨는 장병들에게서 1백여 통의 감사편지를 받았다.

ROTC 6기로 입대, 70년 중위로 전역한 그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독후감 쓰기 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익산=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