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 죽기를 각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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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2국>
○·추쥔 8단 ●·쿵제 9단

제 10 보

제10보(107∼113)=쿵제 9단은 백△가 놓이는 순간 살기를 직감하고 머리 끝이 쭈뼛 섰다. 섬뜩한 수다. 전보에서 밝힌 대로 곱게 이으면 A의 맥을 당해 흑은 퇴로가 끊긴다. 쿵제도 그 수순을 거의 1초 만에 읽었다. 유리한 바둑이고 이대로 가면 낙승이다 생각했는데 여기서 저항에 부닥쳤다.

고심하던 쿵제는 문득 편히 이기려던 스스로를 질책하며 호랑이 굴에 들어가기로 작심한다. 마음을 바꿔 전투적으로 수를 읽던 쿵제는 109로 묘한 데를 젖혀 갔다.

109는 일차적으로 ‘참고도’ 백1을 기대한 수. 흑2 잇고 백3 받으면 4로 쌍립을 선다. 그냥 잇는 것과 쌍립은 하늘과 땅 차이여서 12까지 위기의 흑 돌을 살려내게 된다. 이건 순조롭게 이기는 길이다.

상대는 물론 110으로 응수해 올 것이다. 쿵제도 이게 두려웠다. 그래서 망설였으나 세상에 편한 승리가 어디 있으랴 생각하니 결정이 쉬워졌다. 112로 뚫리고 113으로 나가는 이상한 수순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흑의 수순은 의혹투성이다. 한 집도 짓지 못하고 공배만 두고 있다. 여기서 백이 B로 이으면 좌변은 몽땅 백 집이다. 일당백이어서 올망졸망 흑 집들은 상대가 안 된다. 한데 이상한 일이 또 있다. 상대의 손이 선뜻 나오지 못하고 있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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