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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책 쓴 9급직원 사표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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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는 11일 『청와대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라는 책을 펴낸 여직원 전지영(全智英·9급)씨와 이 책의 기획자인 김운형(金運亨·4급)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기강해이와 비밀누설 책임을 물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직원식당 조리사인 全씨는 이 책에서 김대중 대통령 내외의 식사습관, 식단의 특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기획자인 金씨는 '서편제'의 주연인 여배우 오정해씨의 남편이다. 金씨는 "정몽준 의원 캠프에서 일하겠다"면서 사표를 제출했고 청와대는 바로 수리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책의 내용이 대부분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책에는 "김대중 대통령은 옥수수를 좋아해 1년 내내 냉동실에 보관한다. 金대통령은 아침식사 후 찐 호박·삶은 밤·떡·고구마·감자 등을 후식으로 먹는다. 金대통령은 겉절이와 젓갈이 들어간 김치 등을 좋아하는 김치광(狂)이고, 이희호 여사는 적당히 익은 김치를 좋아한다"는 것에서부터 "金대통령이 중국음식을 좋아해 청와대 행사에는 중국음식이 자주 식탁에 오른다." "이희호 여사는 거의 매일 꼬치에 끼운 은행을 즐겨 먹는다. 李여사가 길가에서 파는 뻥튀기를 좋아해 여비서가 사러 나간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대통령은 처음에 전라도 음식 특유의 간이 짜고 젓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선호했지만 이후 싱겁게 먹으며 체중을 줄였다. 관저 주방팀은 대통령 식사가 나간 후 간장과 소금간을 더해 먹기도 한다"는 대목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全씨는 비서실 직원식당 조리사일 뿐이고 대통령 관저 식당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청와대 직원이 어떻게 대통령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흥밋거리로 써놓을 수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책에는 청와대 측을 자극했을 것 같은 대목도 있다. "청와대에서 귀빈을 대접할 때는 제비집 수프를 만든다. 주방에서 된장찌개를 준비했는데 대통령이 '설렁탕이 먹고 싶은데' 하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이때는 음식점에 가 구해온다. 당도가 기준미달인 과일은 상에 오르지 못한다" 등이다.

청와대 측은 "게다가 全씨가 청와대 보안시설과 을지훈련 관련사항, 경비병력 인원, 대통령 주관행사의 준비과정 등의 비밀사항까지 책에 적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책에는 "청와대 직원식당 인기메뉴는 잡채인데 비결은 설탕 대신 물엿을 쓰는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청와대는 뒤늦게 全씨가 책을 펴낸 사실을 알고나서 법원에 이 책에 대한 '판매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법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책에 대한 호기심만 자아낼 것 같아 포기했다는 것이다. 대신 경찰은 全씨와 金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운형씨는 "외국인에게 한국의 식사문화를 알리기 위해 책을 기획했는데 의도와 달리 파문이 커져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청와대 인터넷에 뜬 내용을 주로 소개했다"고 해명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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